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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에 생각나는 소녀 』 “차라리 고아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차라리 거리에 풀 한 포기로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바람에 휘날리는 모래 한 줌으로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6~7평 남짓한 작은 슬레이트 집, 누으면 발이 닿을 듯한 비좁은 안방, 창문도 없어 늘 어둡고 침침한 공부방, 이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두 동생과 살아야 했던 소녀가장 정모(15, 평택 H중 3년)양.
위의 내용은 2005년 5월 모 중앙일간지 사회면에 난 기사이다. 문학소녀를 꿈꾸던 정양은 너무나 견디기 힘든 가난 때문에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없는 절망감에 삶의 애착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막지 못했다.
내가 아는 혜민이라는 소녀가장이 있다. 내가 처음 혜민이를 알게 된 것은 재작년 겨울밤이었다.
추위가 밤을 집어삼킬 듯한 겨울밤, 오버깃을 성벽처럼 높이 올리고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귓가에 흐느끼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깊어가는 겨울밤과 소녀의 흐느끼는 소리는 나의 발검을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내가 그쪽으로 가까이 갔을 때 그녀는 바지가랭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혜민이 가족은 아빠, 엄마, 혜민이, 남동생 둘 다섯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나 2년전에 막노동을 하는 아빠가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집을 나가버리고 난 후 혜민이는 졸지에 소녀가장이 되고 말았다.
소녀가장 혜민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은 열 살과 일곱 살 난 남동생 둘이다. 혜민이가 대문 밖에서 서럽게 울던 그날은 일곱살짜리 남동생이 엄마가 보고 싶다며 보채다가 속이 상해서 야단을 쳤다. 그러자 막내는 훌쩍거리며 집을 나가고 말았다. 혜민이는 자기들 세 남매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달아난 부도덕한 엄마를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열네살 소녀가장 혜민이의 고달픈 인생살이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동사무소에서 매달 나오는 생계보조비 80여만원과 뜻있는 분들의 온정, 그리고 시골 외갓집에서 보내주는 약간의 쌀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혜민이는 그분들에게 감사하며 두 동생과 꿋꿋이 살아갈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큰 동생은 누나의 깊은 마음을 아는지 가끔 기쁜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올해는 학급지도위원으로 뽑혀 누나를 기쁘게 했는데 얼마전에는 시내 수학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해서 동생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주었다.
막내는 누나가 무서워서 마음대로 놀 수도 없다. 누나가 학교갈 때 공책 한바닥은 한글, 다른 한바닥은 숫자놀음을 숙제로 내놓고 가기 때문이다. 혜민이 생각은 막내가 유치원에 다니는 대신 집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두빛 나뭇잎이 초록색으로 점점 물들어가는 5월이 오면 혜민이의 마음은 괜시리 우울해진다. 눈물 섞어 마신 나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건만... 가슴이 미어지는 지독한 슬픔을 입술로 짓누르며 꿈도 희망도 펼칠 수 없는 절망감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소녀가장 혜민이...
생동감이 넘치는 희망찬 5월, 아빠, 엄마 손잡고 푸르름이 가득찬 5월 속으로 달려가는 행복한 아이들.
가정의 달 5월에 우리는 소외 받은 계층, 불우한 이웃에게 행복을 나누어 갖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통영 해양경찰서
사천파출소장 백 영 현 2008년 05월 15일 11시 53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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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