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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지락거림에 관하여! 』 매콤한 양념을 둘러 입은 채 양파와 대파 고추 등 든든한 군졸들을 이끌고 꼼지락거린다. 조금은 징그럽다고 여길 즈음 이내 붉은빛으로 환골탈태 하더니 올록볼록한 속살을 뒤집으며 진한 육즙을 뿜어낸다. 녀석의 용트림에 질세라 군졸들도 양념 깊숙이 몸을 박고 제각각의 맛을 뽐내며 교활한 자태를 더한다. 한바탕 요란함이 잦아들고 모락모락 맛을 품은 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잔잔한 양념국물이 흥건하게 젖어나 자작거리며 끓는 소리가 군침을 삼키게 한다. 그리곤 이내 맛깔스러운 양념구이 한상이 차려진다.
마늘이나 생강을 된장에 찍어 야들하게 양념이 베인 놈을 한 점 골라 올리고 깻잎에 돌돌 싼 채 입안으로 돌진한다. 매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가득 감돈다. 씹을수록 쫀득한 식감이 행복을 더한다. 깻잎의 향긋함이 자칫 비릴 수 있는 맛까지 중화시킨다. 곡주한잔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마저도 달콤하다. 몸속에서 느껴지는 희열은 그대로가 건강이고 식도락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 녀석이 바로 곰장어다. 꼼지락거린다 하여 꼼장어라고도 부르는 곰장어는 바다 밑에 사는 탓에 눈이 멀었다하여 먹장어라고도 부른다. 짚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고추장에 채소를 곁들여 양념구이로도 즐겨먹고 미식가들은 아예 원형 그대로 구워먹는다.
예전에는 곰장어의 껍질로 지갑이나 구두를 만들어 사용하고 고기는 버렸던 것을 사람들이 구워먹기 시작하면서 오늘날까지 추억의 먹거리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곰장어에는 단백질과 지방은 물론 특히 비타민A가 풍부해 건강과 기력보강은 물론 다이어트 피부 미용에도 좋은 먹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지역에는 곰장어 요리점이 흔치 않다. 곰장어 하면 단연 부산 자갈치가 유명하다. 자갈치 시장 바닷가에는 아직도 연탄불을 이용한 곰장어양념구이가 성업 중이다. 찰랑거리는 영도바다를 앞에 두고 영도다리의 옛 영화를 되새기며 쪼그리고 앉아 먹던 곰장어양념구이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기장 쪽에서는 볏짚 불에 곰장어를 구워 파는 가게가 많다. 좀 징그럽긴 하지만 검게 그을린 곰장어 껍질을 벗겨내고 야들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먹노라면 구수한 볏짚냄새가 향긋하게 밀려와 입맛을 자극한다고 한다.
팔포에 가면 곰장어를 먹을 수 있다. 주인장의 후한 인심도 좋고 매콤한 양념에 살아 꿈틀거리는 싱싱한 곰장어를 맛볼 수 있으니 굳이 부산까지 가지 않아도 추억을 되새김질 하기엔 충분하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부산 자갈치까지 가서 곰장어 한접시 먹고 오는 여정도 이 봄 감행해 봄직하다. 나른한 춘곤증이 밀려 올 때 비타민이 풍부한 곰장어 한 점으로 피곤함을 이겨내자.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4년 04월 24일 11시 15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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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