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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길! 다솔사 솔숲과 물고뱅이 둘레길 』 다솔사 솔향을 마시며 잠시 가쁜 숨을 몰아 쉴 즈음 이내 봉명산 둔덕에 닿는다. 청량한 풍경소리가 바람에 실려 무고천으로 내려서는 길목을 따라 십여분 땀을 말리며 발품을 팔 찰라 홀연히 시비를 만난다.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침묵이 새겨져 있다. 봉명정 기둥에 기대서서 비스듬히 비쳐오는 시 한수 읽노라면 가야 할 여정 따윈 진즉에 잊어 버려도 좋을 듯 운치 있다.
1005번 지방도를 건너 무고천을 만나면 본격적으로 물고뱅이 둘레길이 시작된다. 길은 이명산을 바라보며 무고천과 물고뱅이 마을을 오른편에 낀채 산허리를 완만하게 치고 올라간다. 무고천의 무고는 물고뱅이 또는 무고뱅이라는 의미로 이는 물을 가두는 곳 혹은 무기를 넣어두는 창고로 해석되는데 여하튼 생소하면서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서서 오른편 소로를 따라 숲으로 오르면 내내 무고천의 시원한 물소리를 동무 삼을 수 있다. 길섶에는 까치수영, 산수국 등 야생화들이 즐비하고 발아래로 찰랑거리며 스치는 키 작은 잎들의 움직임이 평화로움을 던져준다. 30여분 걸어 앙증맞은 나무다리를 건너 한 굽이 돌아서면 이 길의 백미인 편백숲을 만난다. 입구부터 피톤치드 향기가 그윽하게 밀려온다. 예쁜 평상이 두어 개 있다. 쉬고 가지 않음은 이 숲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여유가 있다면 시집한권쯤 읽고 십여분 심호흡을 하며 잠시나마 명상에 잠겨 보는 것도 이 길을 선택한 이유로 절대 부족함이 없다.
10여분 올라 다시 1005번 지방도를 가로질러 넓직한 임도를 따라 서너 굽이를 돌아 오르면 솔숲 능선에 이른다. 이 길 양옆엔 산딸기가 지천이다. 시기를 잘 맞추면 취나물과 고사리까지 한 끼 저녁상을 거뜬히 마련할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오른편 보안암은 잠시 후에 만나기로 하고 왼편 황토 등로를 따라 서봉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맨발로 걸어야 좋은 길이다. 솔 새순이 막 여물면서 내뿜는 진한 향기가 정신을 맑게 해준다.
철탑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기 전 오른편으로 내려서는 길을 잡는다. 이내 야생 차밭이 나온다. 가꾸지 않아 볼품은 없지만 무성한 잎 사이로 오래 묵은 연혁이 보인다. 차밭을 가로질러 작은 계곡을 건넌 뒤 암반계류를 따라 10여분 오르면 약수가 나온다. 숲속에 이런 명당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하늘을 가려 햇살을 볼 수 없다. 맑은 샘물이 끊임없이 솟구치고 너른 평상위에는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거나 단잠에 빠진 사람들로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야트막한 계단을 올라 건너편 숲길로 들어서면 거대한 요새를 만난다. 아름드리 고목이 사열하고 천인단애 같은 돌담 사이로 한줌 서광이 비치는데 에둘러 올라서면 보안암이다. 석굴 속에는 석조여래좌상과 16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아담하면서도 투박한 모습은 외곽에 박힌 이끼 돌들과 어우러져 친근하고 서민적이다. 석굴암의 예술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자연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불자님의 독경소리가 청아하다.
돌아 나와 시간이 허락한다면 봉명산 정상에 올라보는 것도 좋다. 정상부근의 울창한 송림은 그 모양새가 예술적이면서도 신비롭기 그지없다. 멀리 와룡산을 위시해 남해의 전경이 잡힌다. 봉명산 옆구리를 평화롭게 가로지르는 숲길을 따라 다시 다솔사로 회귀한다. 아침에 만났던 솔향기는 아직도 불어오고 있다. 숲과 함께 힐링하며 황톳길의 달콤함을 느끼고 둘레길의 여유와 편백의 향기는 물론 보안 석굴의 신비로움도 두루두루 맛 볼 수 있는 다솔사 솔숲길과 물고뱅이 둘레길은 이 여름 능히 보약이 될 것이다.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4년 08월 12일 11시 50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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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