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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을 이식하는 영원한 주전부리 군고구마 』 저녁을 먹고 두어 시간쯤 지나니 출출해진다. 라면이나 배달 음식을 덥석 취했다가는 건강은 물론 내일 아침이 걱정이다. 부담 없으면서도 겨울밤의 정취를 고스란히 나눌 수 있는 간식이 필요하다. 비싼 곶감이 쉬이 나올리는 만무하고 호빵을 쪄 먹자니 위가 부담스럽다.
이럴 땐 군고구마가 제격이다. 옆에 있던 막내까지 맞장구를 친다. 군말 없이 아내는 벌써 고구마를 씻고 있다. 낡은 양은냄비를 아예 군고구마용으로 전용했다. 통통하면서도 길쭉하고 약간 불그스레한 고구마가 맛이 좋다. 냄비 속 열기를 받은 고구마는 그 특유의 단맛을 뿜어낸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껍질은 한 겹 한 겹 살점과 벌어지고 탈 듯 말 듯 누렇게 익을 무렵 꺼내야 감칠맛이 더해진다. 한껏 달구어진 군고구마는 최고조의 맛을 발산한다. 포크로 찍어 놓고 껍질을 벗겨내니 노릇한 빛깔이 침샘을 자극한다. 반을 자르자 농익은 김 속에 참을 수 없는 격정의 맛이 스멀스멀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단맛과 섬유질의 부드러움이 빚어내는 식감은 형언할 수 없는 향연의 극치다. 김장김치 한 점 올려놓으니 궁합 또한 오묘하다. 시원한 동치미도 그 반열에 버금간다. 시커멓게 변한 손과 입가를 보며 아들과 나는 행복해진다. 뭐 잘 밤에 배야 좀 나올 수 도 있겠지만 난 고구마의 전지전능한 신기를 믿으니까 그다지 상관 않는다.
유년의 그때는 고구마가 주식이었다. 배고픔을 달래주는 구황작물이었다. 고구마 이랑에 매일 물주는 일도 버거웠다. 그렇게 여문 고구마를 온가족이 캐서 뒷방에 가득 채워 놓으면 그해 겨울은 부자였다. 고구마 줄기는 요긴한 반찬이었고 가축들에게도 일용할 양식이었다. 다 캔 고구마 밭에 돌아다니며 전리품을 챙기는 일도 재미였다. 겨울밤 고구마는 조무래기들의 주전부리였다. 배고플 땐 생고구마를 깎아 허기를 채웠고 아궁이 남은 불씨위에 구워 겨울 긴 밤 도란도란 추억을 쌓으며 먹었던 기억은 늘 그립고 새롭다. 밥에도 고구마가 섞였고 삶아놓으면 몇날며칠은 간식 걱정 없이 지냈으니 나를 키운 몇 할을 그 고구마의 공적으로 돌려도 무방하리라.
그런 고구마가 이젠 귀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거리에도 군고구마 장수를 쉬이 볼 수 없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귀갓길 호주머니를 열 동력을 상실한 셈이다. 마트에서 직접 고구마를 사다가 군고구마용 전용냄비로 구워먹는 가정도 늘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고구마는 영양덩어리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와 변비치료에 탁월하다. 비타민도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좋고 베타카로틴이 많아 항암에도 좋다고 한다. 구워먹고 삶아먹고 아이들 간식으로 맛 탕을 만들어 먹어도 제격이다. 말려서 죽을 끓이면 최고의 건강식이 된다. 고구마 케익은 가치만큼이나 값도 비싸다. 그외 다양한 퓨전요리에도 고구마는 단골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도 고구마는 추억이라는 감투가 어울린다. 호호 불어가며 샛노란 속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술 같은 단맛을 삼키는 것은 영원한 추억을 이식하는 성스러운 행위다. 어딘가에서 솔솔 새어나오는 군고구마 향기가 그립다. 어디 군고구마 파는데 없나요?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5년 01월 29일 13시 51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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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