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앵두나무 우물가” 』 사랑한다는 그 말/너무 정다워/영원히 잊지를 못해/철없이 믿어버린/당신의 그 입술/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허스키 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 최헌이 불러 인기를 끈 “앵두”란 노래의 몇 소절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얻었지만 앵두처럼 떨어져 가버리지 않을까 조바심하는 남자의 애끓는 마음이 구구절절 드러난 노랫말이다.
요즘, 앵두가 탐스럽게 익어가 새삼 이 노래가 생각났다. 6월의 초여름 태양이 달콤해질 때, 새초롬한 잎 사이로 빨갛게 여문 앵두를 보노라면 누구나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다. 다 익기 전 하얗게 살찌운 과육은 마치 아기의 손등같이 뽀드득거린다. 이내 말랑말랑해진 표피는 여인네 속살같이 보드라운 게 내심 매혹적이다. 몸집에 비해 씨앗이 제법 굵지만 그다지 귀찮지 않다. 달콤한 육즙이 전해주는 신선함이 침샘을 자극하기에 과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앵두는 낱개가 아닌 한 움큼씩 집어먹어야 제맛이 난다. 더구나 나무에서 하나하나 따는 것 보다 아예 잔가지를 꺾어 포식하듯 먹어야 제격이다.
앵두는 여름과일이 본격 여물기전(옛날에는 밭에서 키운 수박, 참외 등이 7~8월이 돼야 익었으므로) 심심한 입맛을 채워준 과일이다. 습기를 좋아해서인지 우물가나 울타리 너머에 많이 자랐다. 동네처녀들이 앵두나무 우물가에 모여 동경했던 미지의 세상도 어쩌면 앵두같이 곱고 부푼 꿈이었을 것이다.
내 고향집 뒤뜰에도 제법 큰 앵두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조부님들의 신혼기에 심었던 거라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매년 제법 앵두가 풍성히 열렸다. 제방 뚝 길에서 손쉽게 닿을 수 있던 터라 행인들이 자주 따먹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고모는 나눠먹는 과일이라 하시며 아예 손수 따 주기도 했다.
주전부리가 귀했던 시절, 앵두는 바나나를 능가하는 최고급 과일이었다. 조무래기 두 손이 터질 듯 담아 입안에서 우려내던 그 맛은 지금도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다. 딱히 보약이나 비타민제를 먹지 않았지만 건강했던 것도 아마 앵두의 효험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앵두는 무기질과 포도당 안토시안 등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탁월하다. 또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폐 기능을 좋게 하고 소화에도 도움을 주는 과일이다. 무엇보다 그 빛깔처럼 피부를 곱고 윤기 나게 해 이맘때 앵두를 섭취하면 여름도 건강하게 나지 않을까 싶다.
앵두는 날로 먹는 게 가장 실감난다. 입 안 가득 침을 만들어 앵두 즙의 새콤달콤한 향과 버무리면 금방이라도 온몸이 비타민 덩어리로 변할 것만 같다.
앵두는 샐러드나 화채에 넣어도 맛과 색의 조화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앵두주는 빛깔로 먼저 유혹한다. 소주와 설탕으로 우려낸 앵두주는 매혹적인 적빛으로 마치 맑은 피를 만들어내는 듯 곱다.
그래서인지 앵두주는 식욕을 돋우어 주고 피로를 푸는데 좋다고 한다. 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앵두주 한잔이면 이 초하의 밤이 행복할 것만 같다.
앵두는 입술을 대변한다. 앵두 같은 입술은 여인네들이면 누구나 닮고 싶은 대상이다. 도톰하고 도발적인 앵두야 말로 매력과 열정의 상징이 아닌가 싶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상큼하고 달콤한 앵두로 입맛도 살리고 건강도 다지면 좋을 것이다. 앵두나무 서 있는 우물가는 어디 없는가?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5년 06월 11일 9시 44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
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