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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호호 맛있어서! 호호

  싸늘한 바람이 퇴근한 골목길, 깊숙이 박아넣은 주머니속으로 저온의 하루가 저문다. 텅빈 뱃속엔 기력 잃은 장들이 먹이 찾는 고양이 마냥 애절하게 울부 짓는데, 저 골목길 끝에 환하게 불 밝힌 창너머로 먼저 퇴근한 바람이 기웃거리는 겨울저녁, 응답하라 간식들이여.
겨울은 간식의 계절이다. 떡볶이나 어묵, 붕어빵, 군밤 등으로 대변되는 골목 주전부리들이 우리 마음을 채근한다. 이렇듯 다른 계절에 비해 유독 겨울에 간식이 많은 것은 추위와 무관치 않다. 춥다는 것은 온기에 대한 갈증이고 그것은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빵은 단연코 겨울 간식의 대명사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간단히 먹을수 있는 여느 간식과 달리, 호빵은 손과 입의 특별한 연출을 통한 한편의 단막극을 통해서만 먹을 수 있는 간식이다. 더구나 추운 골목길 가득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색다른 마음의 맛을 더해주는 인정 많은 먹거리이기도 하다.
찜통에서 종일 몸을 태우며 부푼 기대를 품고 사는 호빵. 찜통의 문을 열면 허연 증기가 달콤하게 미각을 자극한다. 꺼내든 호빵은 손위에서 몇 번의 공중제비를 하고서야 겨우 안착한다. 몰랑몰랑한 느낌이 감미롭고 적당히 부풀어 오른 자태가 순수하다. 살점이 묻지않게 방석을 걷어내고 반으로 쪼개면 진고동색 단팥이 분화구 용암처럼 샘솟는다. 그리고 한편의 단막극이 펼쳐진다.
단팥은 호빵의 핵이니만큼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빌 듯 호호 하며 간청하지 않으면 단팥은 수청을 절대 허락지 않는다. 무례하게 입에 넣었다가는 입천장의 탈피를 면치 못한다. 찬 공기와의 적절한 배합이 있고서야 화기를 가라앉힌 단팥은 빵과의 친교를 맺는다. 입 안 가득 골고루 뒤섞인 단팥 향기는 보드라운 빵과 어우러져 간식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렇게 두어개쯤 먹어야 호빵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호빵은 본시 찐빵을 겨울에 가정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게 고안한 식품이다. 단팥을 넣고 달콤한 식감을 살린 호빵은 1970~80년대 골목마다 둥근 찐빵통속에서 하얀 김을 내뿜으며 곤궁했던 식욕을 채근한 추억의 먹거리다. 호빵이란 이름도 “뜨거워서 호호 맛있어서 호호”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만큼 뜨거움이 겨울 맛을 더했고 그래서 더욱 맛으로 우리의 미각을 충족시켜 주었던 정 많은 주전부리다. 쌩쌩 동장군이 무서운밤, 출출함을 따스한 사랑과 달콤함으로 채워주던 호빵은, 그래서 손과 입으로 나누어 먹던 겨울밤 사랑이다.
지금은 호빵찜통을 쉬이 볼 수 없다. 대신 단팥으로 대변되던 호빵은 재료들이 단호박이나 피자, 야채, 카레, 녹차, 만두, 짜장 등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어 미각의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집 찬장엔 호빵이 늘 준비되어 있다. 출출함이 밀려오는 밤, 간식생각이 간절할 땐 어김없이 호빵을 쪄먹는다. 수정과 한잔에 호빵 두 개쯤 먹으면 어떤 간식보다 든든하다. 그 순간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추억이 응답한다. 호호 불며 나눠먹던 맛있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응답하라 호빵이여~

2016년 01월 28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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