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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문화없는 국부(國富)는 모래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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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문화예술회관 개관을 앞두고
개발독재 시절에는 지방을 발전시키는 가장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으레 공단을 육성하는 것이 꼽히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바로 21세기가 아닌가. 가끔 텔레비전에서 외국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감탄스러운 것이 있다. 그 지방 특유의 문화가 숨쉬고 있어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 곳곳이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이러면 안 된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육성하는 데, 시는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회마을의 탈춤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든가 아니면 고유한 특산물이나 그 지방이 아니면 만들기 힘든 그런 음식이 후대에도 전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게 21세기의 부를 쌓는 지름길이다.
문화로 일구는 행복한 도시의 향부론이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지방문화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지방 도시를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과 희망을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이 고유한 문화에 토대를 두고 진전되는 이상적인 도시로 가는 유일한 길이 문화로 일구는 지방경영이며 향부의 테마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지방경영과 문화향부론, 행정의 문화화, 시민의식의 문화화, 21세기는 무엇보다도 지방 도시를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고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나의 생각이다.
현대화, 도시화를 목표로 했던 지난 세기가 국가의 시대였다면 이제 새로운 21세기는 지방자치와 지역문화가 육성된 문화도시의 시대로, 주역에 나온 '관국지광(觀國之光)'이라는 말처럼 '나라(지방)의 빛을 보는 것' 즉 지역의 테마와 시민의 삶이 녹아있는 도시에 대한 중요성, 그 발상의 전환을 꾀하여야 하겠다.
지난 시절 근대화는 결국 도시화를 의미했다. 그런데 이삿짐 싸서 식솔 이끌고, 또는 혈혈단신 ‘올라 온' 도시는 과연 행복과 풍요를 얼마나 더해 주었을까. 도시화란 적어도 현재까지는 거스르기 힘든 추세다. 문제는 그 추세를 인정하면서, 어떻게 박제화(剝製化)한 도시를 살아 숨쉬는 공동체로 가꿔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산업혁명이래 20세기까지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지상목표로 삼았던 국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하는 지방(도시)의 시대"라고 생각하며 이제는 지역문화(鄕富)가 바로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國富)의 기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향부를 공장 하나 더 유치하는데서 나오는 것쯤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지역문화 육성을 정치·경제·환경 등 제반 정책을 포괄하는 최우선의 중심축으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선거 표 얻기'용 단발성 이벤트에 익숙한 정책당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모르지만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21세기는 지방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몇 가지만 적어 보기로 한다.
◇토건(土建)적 개발에서 문화적 개발로
=기존의 지역개발은 예술에 비유하면 무대장치를 만드는 토건사업에만 치중했다. 지역개발하면 으레 공단(工團)을 조성하고 아파트단지를 개발하거나 기껏해야 문화회관을 건설하는 것만을 의미했다.
문화회관만 하더라도 멋진 시설을 만들어 화려한 개관식을 마치면 그날로부터 그 시설은 시민들과 멀어진다. “퇴직이 임박한 직원이나 문화적 소양과 열의와는 거리가 먼 신참 승진자나 좌천된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거쳐가는 자리인 문화회관 관장에게 지역의 고유한 테마를 엮어내는 기획사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 후지사와시(市)의 유명한 ‘시민 오페라단'은 출연자의 대부분이 주민들이다. 지역의 회사원, 학생, 주부 등으로 구성된 재능있는 아마추어 예술단은 ‘도시란 곧 시민이며, 시민이 문화를 만드는' 좋은 사례다.
“훌륭한 종합예술로서의 문화도시를 만들려면 좋은 무대장치도 있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와 배우 그리고 연출가의 역량이 종합적으로 합치되어야 한다."
◇문화전략으로서의 지역축제
=축제는 지역주민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되어야 한다. 기획단계부터 공개토론을 거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민간 이벤트사에 위탁하여 강박적으로 치뤄내는 일회성 행사는 소모적 비용낭비일 뿐이다."
일본의 삿뽀로 눈축제와 고오베시의 패션박람회, 영국 에딘버러시 축제, 독일의 뮌헨 맥주 축제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은 지역의 테마와 주민의 삶이 일치된, 그야말로 한마당 잔치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도 원시종교적 축제를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공유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도 행해지는 일부 우리의 전통적 축제는 그 틀만 흉내낼 뿐이다. 선조들의 정신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금도(襟度)가 있는 시민문화
=주역(周易)에 ‘관국지광(觀國之光) '이라는 말이 있다. 관광(觀光) 이라는 말의 출처다. ‘나라(지방)의 빛을 보는 것'이 관광이다. 그 빛(光)을 구성하는 것은 풍물이나 문물과 제도, 다시 말해 지역문화다. 그런데 그 문화의 빛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인간의 향기'다.
즉 “미학적 감각이 생활양식 전반에 녹아있는 거리, 시민의 인심과 도덕성과 공공의식이 살아있는 도시, 다시말해 ‘금도(襟度)가 있는 시민문화'가 문화도시의 필수조건" 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이자 ‘지역문화의 해'로 정했다.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젠 통하지도 않는 삶과 동떨어진 축제와 이벤트 대신, 저잣거리나 뒷골목같은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그 지역의 고유한 ‘인간의 향기'를 맡도록 하는 것과 발상의 전환이 꼭 필요한 시기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박상길 사천신문 대표이사/발행인 2001년 12월 03일 11시 57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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