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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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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집에 가면 세상이 보인다

쫄깃한 활어회의 식감도 더위앞엔 맥을 못 춘다. 포만감 가득 담고 나온 팔포의 여름밤은 아직도 열기가 가득하다.
곧 기울 것 같았던 열대야는 연일 일기예보관들의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그래도 처서를 넘긴 바람은 꼿꼿한 모기입을 꺾었는지 한결 수수해진걸 보니 체면치레는 하는 모양이다.
시나브로 바람이 피부와 속삭이는 게 느껴진다.
덥수룩한 속은 들어내고 느낌 좋은 바람은 살려볼 요량으로 걸어서 시내속으로 돌진한다.
축축하게 잠식해오는 미세한 땀방울들이 그다지 피부를 보채지는 않는다. 인파가 늘어나고 네온사인이 짙어진다.
윈도우 안으로, 스트롱을 따라 식도로 이동하는 진갈색의 음료들이 고스란히 비춰진다. 깔깔거리는 웃음이 넘친다. 가게들이 내뱉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이내 골목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쓸고 간다. 번화한 인도를 버리고 어둑한 골목으로 들어선다. 화등 하나 걸어둔 외로운 종착지. 언니네 카페다. 물론 나는 남자다(ㅎㅎ)
입구엔 노란 리본이 눈길을 끈다. 아직도 기억해야할 사람들의 편린들.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보드라운 향기가 긴장을 풀어준다. 진하지도 옅지도 않아 은은하다는 표현이딱이다.
하얗거나 옅은 갈색의 파스텔론 색들로 꾸며진 실내는 무릎담요가 주는 포근함을 닮았다.
서너명의 여인들이 한 켠에서 일상을 나누고 있다. 북적거리는 커피거리에 비해 텅 빈 실내는 의외로 안도감을 준다.
오길 잘 했다는 자의적 해석이 쑥스럽지 않다. 덕분에 구석구석 소품들과의 더딘 눈길 맞추기가 행복해진다. 깔끔한 실내는 동화책 속에서 막 나온 듯 정제된 경쾌함을 준다.
정갈하게 적힌 메뉴판 사이로 차와 쥬스와 스무디는 물론 옛날 팥빙수도 보인다.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는다. 오늘 당번이신 모양이다. 갈증을 안고 들어왔으니 청량감이 필요하다. 추천 메뉴를 부탁했다.
손수 만든 오미자차와 다래 쥬스를 권한다. 바로 주문했다. 책으로 가려진 칸막이 너머로 여전히 여인들의 소리는 도란도 꽃을 피우고 있다. 건너편 사랑방에는 젊은 엄마들이 차를 마시며 아이들과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음을 통째로 넣을지 갈아 넣을지 세심하게 물어온다. 이미 반해버린 이집의 소담스러운 소품들처럼 손님에게 건네는 주문에도 살가움이 묻어난다. 시원하게 녹아든 오미자의 붉은 빛깔이 매혹적이다. 진한 향기가 혀를 행복하게 한다.
언니네 카페는 우리지역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협동조합체라고 한다.
넉넉하지 않지만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들과 좋은일에 사용하고 매일매일 번을 돌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고급스런 커피숍에 견줄 순 없지만 협업과 소통을 통해 일상의 감성을 나누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우연잖게, 타로가 전해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 받고나니 고단했던 하루의 근육들이 시원한 냉찜질을 받은 듯 되살아난다.
언니네집에 가면 맛있는 하루가 있다. 달콤한 미소가 있다. 행복을 나누는 이웃을 만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세상을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6년 09월 01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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