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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어린이가 안전한 사천
천연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 천상의 계절 봄이 왔다. 파릇파릇 싹터오는 새잎처럼 싱그럽고 상큼한 신입생들의 왁자지껄한 등하굣길 모습을 출퇴근길에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칼국수 나온다!

싸늘한 늦가을 바람이 문틈을 파고들 즈음, 이미 마음은 초겨울 첫차를 탄다. 따스한 구들장이 그립고 뜨끈한 국물 한모금의 위로가 간절해지는 계절. 어느새 골목길 간판을 스캔하고 있는 마음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군침과 타협하는 우리들. 소용돌이처럼 골목으로 빨려 들어가 보니 김이 모락모락 춤추는 맛 한 그릇. 팥칼국수다.
붉고 선명한 자주색 빛깔이 요염하다 못해 향기롭다. 기실 그것이 국산이든 물 건너 왔던 태생을 단번에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 치장하고 나선 모양새가 첫눈을 사로잡았으니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뭐 그리 대수일까 싶어 이내 접어두기로 한다. 물론 우리 땅의 정기를 올곧게 담아온 놈이라 긍정하면서 휘휘 노 젓 듯 옹골찬 김을 몇 번 불어낸다. 이내 속살을 드러낸 칼국수는 매끈하기 그지없다. 길게 쭉 뻗은 가닥이며 찰 지게 일렁이는 보드라운 가락에 은은하게 내뿜는 모락김이 어우러져 마치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팥 내음이 쫀득한 밀가루 가닥을 타고 넘어오는 첫 만남은 부드러움 그 자체다. 매끈하게 씹히는 식감이 벌써 배부르다. 그사이 스멀스멀 베어나는 팥물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입 안 가득 솜이불 같은 푹신함이 넘친다. 후루룩 목을 타고 넘어가는 행복감이 진하게 밀려온다. 뜨거움보다 따스함이 먼저 신경을 어루만지는 팥칼국수는 왠지 녹용 인삼에 버금가는 무한 신뢰를 안겨준다. 두어 번 국수 가락을 삼키고 나면 숟가락으로 팥물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국수의 식감은 물론 목넘김과 맛의 삼위일체를 완성시켜주는 화룡점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수를 다 먹은 뒤 마시는 팥물도 몰입의 재미를 주지만, 중간 중간 두어 번 씩 가미해주는 팥물이야말로 팥칼국의 완성도를 드높이는 신의한수가 아닌가 한다. 여기에 더해 무채김치나 잘 숙성된 오이지를 간간이 곁들인다면, 팥칼국수의 뜨거움을 살짝 완화시켜주는 환상의 짝궁이 될 것이다.
어느새 든든해진 속은 자꾸 그릇바닥을 긁는다. 몸 안 가득 잡귀마저 쫓아 낸 듯 개운한 감정도 덤으로 느껴진다. 이쯤이면 수제비나 물국수나 해물칼국수등 여타 국수쯤은 안중에도 없다. 탁월한 선택이 뿌듯해진다. 일전에 병실에서 할머니들이 유독 팥 칼국수를 즐겨 드신다는 걸 알고부터 이 음식은 일종의 신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팥은 우리몸속의 독을 제거하고 피로회복은 물론 숙취해소와 심혈관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유용한 작물이다. 특히 탈모와 다이어트에도 좋아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받는 음식이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안녕을 빌고 잡귀를 몰아내는 주술적 역할도 겸하고 있어 이래저래 친근한 곡물이다. 단팥빵속의 앙꼬의 유혹도 팥이다.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붕어빵에도 팥의 매혹이 들어있다. 팥고물이 가득 입혀진 시루떡도 입맛을 부른다.
찬바람이 살을 파고드는 계절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건강도 챙기고 독특한 맛도 느낄수 있는 팥칼국수야 말로 이 계절 대표 음식이 아닐까. 시장골목골목 고소한 향기를 찾아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부모님 모시고 들러 자줏빛 유혹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6년 12월 01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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