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되찾자 』
 |
이제 인류는 거대한 문명의 이기앞에 가해자도 피해자도 구분되어지지 않는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9월 11일, 그날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무고한 다수의 인명이 그토록 무자비하게 짓밟힌 그 기막힌 죽음앞에서 어느 누군들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는가!
온 지구촌이 들끓었고 다시는 이런 테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범을 발본색원하여 그에 걸맞게 응징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나 테러 발생 수개월이 흐른 지금은 또 어떠한가.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피폐하고 힘없는 아프가니스탄을 무차별 공격해서 얻어낸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은 또 다른 방식의 인명 살상이 자행되고, 악은 또 다른 악을 낳고야 마는 피의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사회 또한 폭력이 만연해졌고, 인명 경시 풍조가 팽배해 있다.
거기에다 자연은 또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던 산이 마구 파헤쳐지고, 생태계의 보고인 강이 댐으로 둔갑하려 하고 바다의 젖줄인 갯벌이 무차별적으로 매립되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과연 인간 생명에 미칠 영향을 한 번이라도 숙고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생태계의 파괴는 곧 인간 생명의 위협을 초래함을 왜 모르는 것일까. 환경을 파괴하는 반자연적인 행위는 결국 인간의 비정서를 낳고야 만다. 지금 사회전체가 이토록 혼탁한 것도 모두가 생명의 존엄성 부재에서 온 결과이리라.
불가에서는 일체 모든 생명의 살생을 금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하찮은 미물, 심지어 풀 한 포기라도 그냥 생겨난게 아니라 다 인연따라 온 우주가 하나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이 소중히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문명의 발달도 부의 축적도 아무런 가치가 없어진다. 생명의 존엄성이 제대로 지켜질 때 우리의 미래는 밝고 탄탄하리라.
또 한해가 저물고 임오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새해에는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이 뜻깊은 세계인의 축제에 당당한 주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이루어내어 세계속에 우리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21세기의 힘찬 도약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
-능륜 스님(운흥사 주지) 2001년 12월 31일 12시 46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
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