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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청탁금지법 시행 그 후 1 년
일명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돌을 맞이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산들바람 같은 육개장

맛집은 맛으로 승부를 건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이나 상가밀집 지역에 있어야 유명해 질 수 있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물론, 알짜 길목이 음식집 성공의 조건은 맞다. 그러나 요즘처럼 자동차라는 초고속 이동수단이 누구에게나 있고 입맛 또한 높아질 대로 높아진 마당에, 맛있는 음식 먹는데 거리가 무슨 대수인가. 더구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고 음식과 함께 어우러진 주변 풍광을 즐기려는 욕구들이 꿈틀거리고 있으니 거리보다는 맛의 품질이 승부를 좌우하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내는 노력 또한 대단할 뿐 아니라 한번 입소문을 타고나면 문전성시에 대박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향촌동 원룸촌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보면 숲속 주막처럼 평온하게 자리한 식당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주택지 창 너머로 저녁짓는 도마소리가 들릴 즈음 이집에는 육개장에 오감을 빼앗기는 입맞춤 소리가 매혹스럽게 스며 나온다. 원조 제조법에 대한 자부심인지 간판에는 전통이라는 글자가 사뭇 강렬하다.
골목을 누비는 저녁바람이 제법 산들산들 불어오는 게 가을다운 어느 저녁. 아내손을 잡고 들어선 식당엔 향긋한 보쌈내음이 입맛을 당긴다. 이집 별미인 보쌈을 안주삼아 지난 여름을 탈곡하는 어르신들 사이에 앉아 전통육개장을 주문했다.
무와 오이를 맑게 절인 반찬과 숙주나물 무침 그리고 빛깔고운 무김치가 나란히 올려졌다. 아삭하고 심심한 게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맛이 있다는 표현이다. 이윽고 은색 대접에 육개장의 요염한 육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선홍빛 국물이 먼저 시선을 강탈한다. 하늘거리는 실루엣 열기 사이로 언뜻언뜻 구릿빛 부속물들이 감칠맛 나게 출연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심심한 듯 살짝 간이 베인 국물을 한술 떠서 삼키니 연유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육개장 본연의 미려한 칼칼함이 행복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눈녹듯 넘어간다. 거기에 보드랍고 윤기 나는 밥을 말아놓으니 금상첨화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비단위를 굴러가는 은구슬 같은 식감이 연출된다. 양지고기를 구성지게 삶아 낸 육수에 아삭한 대파를 곁들여 시원한 국물과 영양을 가미한 육개장은 마치 수라상의 화룡점정같이 빛이 났다.
잘게 찢어 넣은 쇠고기와 야들야들한 고사리와 숙주가 곰삭은 대파군단과 어우러져 양적인 만족감은 물론 질적인 면모덕분에 얼굴 잔 근육들의 흥겨운 율동까지 총 동원령을 내린다.
국물까지 다 비우는 사이 밑반찬도 두 번이나 바닥을 보였다. 이마에 살짝 베어나온 땀방울에 오동통한 만족감이 달게 스몄다.
깨끗하게 바닥까지 비운 대접속에는 반찬을 주면서 해맑게 웃으시는 주인아주머니의 친절이 환하게 담겨 있었다. 그 여운은 이 집을 나올 때 또 한번 이어졌다.
이 집은 육개장뿐 아니라(나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보쌈도 유명하다고 한다. 독특한 향기를 품은 보쌈은 배 채움보다는 마음을 나눌 때 곡차동무로 좋을 것 같다.
즐거운 포만감을 안고 돌아오는 길. 산들이라는 간판처럼 여전히 기분 좋은 바람이 여름을 훔쳐들고 산들산들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7년 09월 14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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