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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이여 오늘 먹을 고기는 오늘 드시라!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 마라! 벤자민 프랭클린이 들으면 한바탕 웃을 조크다. 애교섞인 듯 도발적인 이 글귀는 아마 이집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마치 지울 수 없는 조각처럼 남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늘 먹기로 마음먹은 이 집 고기를 내일로 미루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맛의 자존감과 끌림의 당위성이 함축된 이 전대미문의 명언이 있는 곳은 뒷골목이다. 그것도 교류의 중심지인 삼천포시외버스 터미널 뒤다. 뒷골목이 주는 삼류적 이미지는 버려도 좋다. 청춘이라고 떡하니 붙여놓은 간판의 도발이 또 한 번 신선한 반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는 뒷고기다. 한 번 더 반전의 배신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러나.
발갛게 불빛이 채워지는 으스름 저녁, 나름 청춘이라고 자부하는 중년 서넛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시선을 펼칠 틈도 없는 좁은 공간에는 네 다섯개의 식탁이 전부다. 잽싸게 반겨주는 주인은 아직 젊다. 고개를 돌리니 이 집 상징인 짝퉁 프랭클린의 명언이 전시회 작품처럼 걸려 있다. 웃음보를 자극한다. 순간 빵 터진다.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 마라” 그래 오늘 먹을 고기 오늘 다 먹자.
원형 테이블이 정겹다. 의자마다 냄새 방지를 위해 옷을 넣을 수 있게 만든 것도 이런 소도시에서는 아이디어다. 새콤한 파무침이 침샘을 자극한다. 정갈한 두부와 김치가 더해지고 뽀글뽀글 감칠맛 나는 계란탕에 깔끔하게 담아낸 양파간장 소스가 한껏 미각을 충동질한다. 고기를 찍어먹을 특제 젓갈 소스도 이 집의 특징이다. 청춘들은 벌써 한잔씩 술 길을 터기 시작한다.
뒷고기가 나왔다. 고기빛깔이 예사롭지 않다. 생고기 특유의 핏빛과 생동감이 살아 숨쉰다. 무엇보다 뒷고기만의 빈약한 비주얼을 생각했는데 이건 좀 달랐다. 다양한 부위와 토실하게 물오른 육질이 마치 고급 한우 한상과 견줄 만 하다.
기실 뒷고기는 맛은 차치하더라도 구워놓으면 육질이 빠지고 금세 오그라들어 씹는 즐거움이 반감되는 애매함이 있다. 청춘 뒷고기는 달랐다. 청춘에 걸맞게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입안 가득 이어졌다. 특제 간장소스의 기분 좋은 짭조름함이 더해져 소주 한잔의 깊은 맛이 짜릿했다.
어느새 두어팀이 자리를 더했다. 뒷고기의 맛향도 식당 가득 들어찼다. 부위마다 지글거리는 음색의 깊이도, 입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식감의 강도도 각양각색이었다.
기분 좋게 혈관을 타고 노는 알콜의 유영 따라 뒷고기 청춘들의 교향곡은 절정을 향해 달렸다.
알다시피 뒷고기는 말그대로 뒤로 뺄 수밖에 없는 나름 특수부위다. 양이 많지 않아 딱히 판매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최상의 육질도 아니어서 꾼들만의 2부리그에서 먹었던 질곡의 고기라고나 할까. 저렴한 가격이지만 육질은 빠지지 않아 다양한 부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이다. 김해가 주산지여서 최고의 뒷고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뒷고기집들이 몇 군데 늘어났다. 가게마다 특성과 분위기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값싸고 맛있는 뒷고기를 늘 먹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깨끗하게 비운 테이블위에는 빈 접시들이 배시시 웃고 있다.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 않길 잘했다.
청춘도 삶도 오늘이 중요하다.

사천시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8년 01월 18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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