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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위기 속에 빛 나는 K-통계 우리 모두의 힘으로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일들을 경험한 것 같다. 온라인 교육, 재택 근무 등 과거에는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던 일들을 현실에서 바로 체험하게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사천 삼천포 사투리 사전’ 발간을 제안하며

“저기 항거석 있더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쌔빗더라!” 내 말에 친구의 입에 같은 말이 나왔다.
“천지 삐까리다마!” 내 입에서 또 다른 말이 이어졌다.
“수두록 빽빽하다” 내 말을 친구가 다시 받았다.
“억수로 있더라” 내가 다시 응수했다.
서울에서 만난 우리는 분명히 무엇이 많다는 의미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많은 대상에는 관심이 없어져 버렸다. 나는 무엇을 보고 ‘항거석’ 있다고 했는지 금방 잊어버렸다. 그만큼 내 무의식에 꼭꼭 숨어 있다가 고향 친구를 만나는 바람에 불쑥 찾아온 손님이 반가운 것이었다. 그런데 친구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이 좋은지 흐뭇한 미소까지 지었다. 우리에게 뭐가 많은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고향 사투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동향인 우리는 ‘쌔빗다’라는 표현의 다양함에 취해 한동안 말놀이에 넋을 잃었다. 예전에 자신의 사투리가 부끄러워 말이 항상 조심스러웠다. 심저 오랫동안 벙어리로 살았다. 물론 지금 그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끔 나는,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왜 그런 부끄러움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고 서울 중심의 표준어 규칙까지 만들어져 지방, 특히 독득한 남도의 억양을 쓰는 사람을 미개인으로 여기는 서울 문화 때문일 것이다. 물론 서울에서는 아직도 그런 문화가 여전하고 사투리는 불편한 언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은 꼭 있어야 한다. 서울 사람들이 지나치게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오히려 문제이다. 왜 그들은 그것을 참지 못할까? 자기 생각만 옳은 것일 수 없고, 자기가 쓰는 언어만 정확한 것도 아니다. 표준어 규칙은 서울 중심의 문화가 만든 산물이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문 때문에 나는 작가가 되었는지 모른다.
영어가 불어나 독일어의 도움 없이 그렇게 풍부한 어휘, 체계적인 언어가 될 수 있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마찬가지 이치다. 격랑처럼 밀려오는 세계화 물결 속에서 한국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울말이 지역 방언으로부터 풍부한 어휘를 수혈 받아야 한다. 남도 사투리를 지키는 일은 사라진 도시 우리 고향, 남도의 정신문화를 지키는 길이 아니라 풍부한 한국어를 가꾸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갯내음 그대로 풍기는 우리 고장의 투박한 사투리가 완전히 잊히기 전에 채집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남도지역의 방언사전 현황
-남해 사투리 사전, 김종도 김우태 편저 (남해신문사, 2005, 12)
-하동의 토속어, 김화룡 편저 (하동문화원, 2006, 12)
-여수 방언사전, 이희순 편저 (어드북스, 2004, 4)
-부산 사투리 사전 (삼아출판, 2003)
강희진 작가
-1964년 경남 삼천포 출생.
-부친 강삼조(1929년생) 모친 문필태(1931년생) 사이에 2남 3녀 중 장남으로 출생.
-문선 초등학교(30회), 제일 중학교(23회), 삼천포 고등학교 졸업(31회).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그때 그 사건> 등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수상
-작품, 장편소설 <유령>(은행나무 발행)
-2014년 장편소설 <이신>(김영사, 비채 발행)

2019년 12월 05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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