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자치행정 경제/정보 사회 문화 농어업 교육 환경 스포츠
 
 
 
  봉화칼럼
사천 항공MRO사업의 명운
요즘 연일 언론 매체를 통하여 인천공항에서 항공MRO사업 추진을 위하여 인천 국제 공항공사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를 두고 사천시민들은 앞으로 향방을 걱정하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사천의 선택

코로나19 때문에 나라가 어수선했지만 총선은 무사히 잘 끝났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압승했다. 하지만 사천에서는 어김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선택받지 못했다. 물론 사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부 경남의 대부분 도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비주류였다. 하지만 진주나 창원 혹은 부산이 어떤 선택을 하든 사천은 사천만의 특수성을 가진 지역이라 서부 경남의 인근 도시와 연관 지어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선거란 한 지역민이 중앙 정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축제다. 지자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은 중앙에서 활동하던 그 지방 출신의 인사를 선정해 지역 후보로 내려보내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총선의 성격을 어느 정도 말해 주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지방의 자립도가 낮은 한국의 군소 도시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필자의 주장은 큰 억척이 아닐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사천이 재정 자립도가 높고, 정치나 문화를 독자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지방에서 총선을 이렇게 요란하게 치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요원한 일이고, 사천은 항상 중앙 정부로부터 손을 벌리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런 점에서 사천 사람들의 선택은 곱씹어 볼 만하다. 이번 선거를 누구보다 유심히 지켜본 필자는 한편에서는 놀랍고, 다른 한편에서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필자가 놀란 이유는, 사천은 아직도 낡은 프레임 속에 갇혀 있구나 하는 것이었고, 놀라지 않은 것은 그런 선택을 하리라고 믿었는데, 역시 필자의 예측이 전혀 비켜 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한 인물은 황인성이였다. 그는 사천 출신으로 민주화 운동을 했고, 청와대에서 수석으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관점은 황인성 후보의 그런 경력이 아니었다. 화려한 경력만 가지고 낙향한 사람이라면 사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사천은 예산 편성이나 지원 사업에서 중앙 정부로부터 홀대받고, 그나마 가진 우주 항공 산업 기반마저 인근 지역에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다. 그는 이 현실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다. 황인성은 중앙 정부와 연결 고리가 취약한 사천을 위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가 노무현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고, 여당의 핵심과도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신의 쓰임을 그렇게 규정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고향인 사천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이번에 미래통합당이 서울에서 승리한 지역은 강남이다. 그곳은 미래통합당을 찍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무릇 민주주의에서 선거란 자신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이용해 자신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행위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서울 강남 주민들의 선택은 계급 투표라고 불러야 할 것이고, 또한 그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강남 지역은 부와 명예를 함께 가진 지역으로 한국 상류층의 핵심이고, 보수의 심장이다. 그곳에는 고급 아파트가 있고, 외제 자동차가 있고, 명문대 출신이 있고, 외국 유학생이 즐비하고, 삼성과 현대에 다니는 화이트칼라가 있다. 한마디로 강남은 단순히 부만 있는 동네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이 태영호라는 탈북자를 찍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강남의 사람들이 과연 명예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 필자가 아는 보수주의자는 명예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참전하고, 소위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적인 책임을 실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강남 사람들은 이런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다. 그들이 아는 것은 부, 정확히 말하면 돈밖에 없다. 한국은 다른 어떤 개발도상국보다 빠른 성장을 통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 이런 고도성장 덕분에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자본주의가 싹트지 못했다. 그래서 고전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이 생겼다. 흔히 말하는 졸부는 천민자본주의 산물이고, 강남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돈 때문에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졸부라는 것이 밝혀졌다.
필자가 강남 주민들에 대해 장광설을 펼치는 것은 사천 사람들의 선택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의 강남은 한때 북한에서 고위 공직자로 살았던,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빨갱이’를 선택하면서까지 자기 이익을 지켰다. 물론 태영호가 지금도 빨갱이라는 뜻은 아니다. 필자는 사천 사람들의 선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사천은 중앙 정부와 이어줄 유력한 정치인이 꼭 필요한 지역이다. 그런데 그리 넉넉하지도 않은 사천 사람들이 왜 서울 강남의 이익을 대변해 주어야 하는가? 그들의 이익을 지켜 줘야 하는가?
서울 강남 사람들이 자기들의 명예를 시궁창에 던지면서 지킨 이익을 왜 사천 사람들은 지키지 못하는 것인가? 사천은 오래전에 폐기 처분된 이념 때문에 아집과 편견에 묶여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계속해야 하는가? 필자는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황당한 선택에 경악할 것이라 믿는다. 사천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이 지역은 개발독재 시절에도 변변한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여기 공단이 있나? 포스코 같은 회사가 있나? 그나마 있는 우주항공 단지는 지켜줄 유력한 인사가 없어 이웃 도시에 빼앗기고 있다. 사천의 이익은 오직 사천 사람들이 지킬 수밖에 없다. 사천을 지배하는 이념은 하나면 족하다. 사천, 오직 사천! 이제 사천만 생각하는 사천당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선거는 항상 피어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내일도 모레도 있을 것이다. 사천 사람들의 각성, 사천 중심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필자는 또다시 다음 선거를 기대해 본다. 왜냐면 사천은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 내 고향을 버리고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강희진
경남 삼천포 출생.
삼천포 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KBS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 장편소설 <유령>(은행나무 발행)
2014년 장편소설 <이신>(김영사 발행)
2015년 장편소설 <포피>(나무옆의자 발행)
2016년 장편소설 <올빼미 무덤>(은행나무 발행)
2019년 장편소설 <카니발>(나무옆의자)
◇대담집
2018년 이준석 손아람 강희진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21세기북스 발행)
2019년 이준석 강희진<공정한 경쟁>(나무옆의자 발행)

2020년 04월 23일 11시 02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이전 기사 보기 홈으로 다음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