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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박재삼, 최송량, 그리고 우보(牛步) 박남조
경남 사천 혹은 삼천포 지역의 정신문화의 상징처럼 된 시인은 박재삼이다. 그의 시세계는 한국의 시조 전통이나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우리민족 정서인 恨의 감수성에 닿아 있다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때가 무르익었으니 순리에 순응하라

지난 16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는 사천시의 송도근 시장에게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밝힌 양형의 이유는 과히 충격적이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해야 할 단체장이 청탁금지법 제정 목적을 위반했으며, 시장직을 유지하도록 놔둬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1심 판결이라 아직 법적인 판단이 종결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여전히 법적으로 사천시장이고, 시정을 이끄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사천 시정을 책임진 공무원들은 전국 최고의 청렴도를 자랑하는 1급수 공직자들이다.
사실 송도근 시장은 사천이 낳은 걸출한 인물이다. 필자가 인터넷 위키백과 사전을 펼쳐 본 바에 의하면 송도근 시장은 사천의 경남자영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건설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건설교통부 관리관으로 공직을 마쳤다.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데도 무려 1급까지 올라간 셈이다. 필자는 송도근 시장의 사주를 본 적은 없지만 그는 ‘관(官)’의 사주를 타고 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제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기는 힘들다. 세상일은 절대로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것은 열심히 인생을 산 사람이라면 불혹(不惑)만 넘기면 금방 알 수 있는 이치다.
사주 명식을 보면 관은 두 가지다. 관은 권력인데, 하나는 정관((正官)이고, 다른 하나는 편관(偏官)이다. 전자는 단정한 품행, 대세에 순응하는 복지부동의 자세를 말한다. 이를 명리학에서 군자의 덕이라고 했다. 과거 시험을 통해 관리가 되어 출세한 사대부들이 정관을 타고 난 사람이다. 이에 비해 후자는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기득권 세력과 불화하고, 좌충우돌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권력을 쟁취한다. 이를 명리학에서 소인의 덕이라고 했다. 군자와 소인이란 이름에는 다분히 중세의 이념, 권력을 지키려는 치자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선거이다. 선거란 지자체장이나 국가수반을 뽑는 규칙인데, 이를 기존 질서를 고수하려는 여(與)와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야(野)의 충돌이다. 선거는 군자의 덕과 소인의 덕이 맞붙는 형국이다.
송도근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2번 낙선하고, 3번째 도전에서 정만규 시장을 밀어내고 당선되었다. 송도근 시장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바탕으로 되짚어 보니, 정관과 편관을 두루 가진 복이 많은 사람일 것으로 보인다. 설사 그의 사주 명식에 정관과 편관을 다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는 공무원으로 최고위직에 올랐고, 고향에서 주민들의 투표로 시장이 되었다. 사실 상반된 두 개의 복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최연소 대법원 판사를 지낸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보수 진영의 대통령 감으로 충분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한 김영삼 대통령의 청와대와 안기부 등을 감사해 금기를 깼다. 또한 '평화의 댐'과 율곡사업 비리 감사 등의 엄정한 직무수행으로 대중들로부터 '대쪽'이란 말을 들었다. 이후 그는 제15대와 제16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추대되었으나,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와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해 낙선했다. 그는 선출직으로 나라의 수장이 될 복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복이 없으면 될 수 없는 것이 인생사이다.
송도근 시장의 오늘을 만든 것은 복도 복이지만 불굴의 의지일 것이다. 그는 밤잠을 자기 않고 자기 일에 충실했음이 분명하다. 그가 공무원을 하던 시절에는 명문고, 명문대, 행시 출신들이 고급 관료를 독식했다. 그런 견고한 벽을 뚫고 올라갔다. 그는 또한 무소속으로 계속 출마해 결국 시장이 되었다. 이런 삶의 자세는 사천 시민들에게 충분한 귀감이 될 것이다.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송도근 시장은 사천에서 어른 대접을 받을 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2018년 시장 선거 당시 TV 토론 과정에서 당시 송도근 후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옛날 일이니 굳이 여기서 인용하지 않겠다. 송도근 시장은 그 말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일은 항상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까.
이제는 송도근 시장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물러날 때가 무르익었다. 얼마 전 오거돈 부산 시장은 그런 점에서 모범을 보였다. 그의 처신은 부적절했으나 시장직을 내려놓아 책임지는 공직자의 자세를 보였다. 치자는 백성을 법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도덕적인 흠결이 있는 치자는 제 때 물러나야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법이다.
사천 시민과 높은 청렴도를 자랑하는 사천시의 일급수 공무원을 위해 마지막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강희진
-경남 삼천포 출생.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KBS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장편소설 <유령> <이신> <올빼미 무덤> 등 발간
-정치인과 대담집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공정한 경쟁>
-2015년 재경사천시향우회 자랑스러운 사천인상 수상
-2016년 문선초등학교 총동창회 자랑스러운 문선인상 수상

2020년 06월 25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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