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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의 이웃사랑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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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아기 예수가 태어나신다는 예언을 믿고 별을 보고 길을 떠난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마2:1~12)가 나오는데 교회의 전설에 따르면 동방박사는 캐스파, 멜콰이어, 발타살, 알타반 네 사람이었다. 옛 성현들의 예언을 상고하고 별을 연구하며 인류의 구주가 태어나실 것을 기다리던 이들은 이스라엘 땅에 구세주 왕이 곧 태어나실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왕을 찾아뵙고 경배하기 위해 이들은 페르시아로부터 이스라엘 땅을 향해 멀고 먼 길을 함께 떠나기로 했다. 그중 알타반은 하루 늦게 떠나게 되었다. 하루 늦은 알타반이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바삐 가는 도중 밤길에 쓰러져 있는 병자를 만나게 되었다. 노상에서 그를 돌보느라 알타반은 일행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혼자 사막을 건너게 되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알타반은 어느 집에 들어가 아기를 재우고 있는 여인으로부터 동방에서 세 박사가 와서 아기 예수께 황금, 유향, 몰약을 드리고 떠났다는 말과 아기 예수도 이집트로 내려갔다는 말을 들었다. 마침 그때 밖에서 로마 병정들의 창검소리와 여인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집이 아기를 찾아 죽이는 병정들이 이 집에 닥쳤을 때 알타반은 아기를 살리기 위해 품고 있던 붉은 루비를 그들에게 내주었다.
이집트로 내려간 알타반은 이 거리 저 거리 아기 왕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넓은 이집트 천지 방방곡곡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빈민촌도 찾아가 보고 감옥이나 노예시장도 가 보았다. 굶주린 사람을 만나면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은 사람에게는 옷을 주었고 병든 사람을 만나서는 돌봐 주고 갇힌 사람에게는 위로해 주었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었고 왕을 만나 뵙기 위해 집을 떠난 지 33년, 나이가 70이 넘었다. 왕께 드릴 세 가지 예물 루비, 청옥, 진주 중 루비는 아기를 구하기 위해 썼고 청옥은 그동안 지내느라 썼고 이제 진주 하나가 남았을 뿐이었다.
마침 새로 나신 왕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예루살렘은 유월절 지키러 온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으나 왠지 음산한 분위기가 풍겼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니 오늘 두 강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데 사람들이 메시야라고 믿어온 예수라는 사람도 같이 죽인다고 하였다. 알타반은 가슴 설레었다. 십자가에 사형을 당할 그 예수라는 이가 혹시 내가 평생토록 찾던 그분이 아닐까? 사람들에 밀려 성문 밖 사형장으로 나가다가 알타반은 한 남자에게 끌려가며 울부짖는 어린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나 좀 살려주세요. 나를 노예 삼으려고 끌고 가요.” 알타반은 왕께 드릴 마지막 예물을 꺼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 한참 망설였지만 마침내 알타반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진주를 내주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 지며 땅이 흔들렸다. 지붕위의 무거운 기왓장이 떨어지며 늙은 알타반의 머리를 내리쳤다. 알타반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때 어디선가 은은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알타반의 힘없는 입술이 들먹거렸다. “주여, 그럴 수 없습니다. 언제 제가 주께서 배고파하실 때 음식을 대접하였고 목말라 하실 때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께서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드렸고 옥에 갇혔을 때 찾아보았고 병드셨을 때 돌봐 드렸습니까? 저는 주님을 섬기기는커녕 뵙지도 못했습니다.” 알타반은 더 이상 말할 기운도 없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이번에는 누구에게나 분명하게 들렸다. “지극히 적은 소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내게 행한 것이니라.” 알타반의 얼굴에 미소가 퍼지며 그는 숨을 거두었다.
이웃이 가장 절박할 때 기꺼이 청옥과 루비와 진주를 내놓고 직접 병자를 돌봐주기도 한 알타반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행에 동참하라고 말하고 있다.
테레사 수녀는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도 사람들을 보면서 어느 모임석상에서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우리의 가난한 사람들이 때때로 굶주려 죽어야만 했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그들을 보살피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과 제가 나누어주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한쪽의 빵을 나누어 주고, 한 벌의 옷을 제공해야 하는 하느님의 구원의 손으로서 사랑의 도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의식합니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습니까? 우리는 흔히 보지만 절실하게 관찰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요!”
또한 프랑스의 여류 철학자 시몬느 베이유는 중국과 인도의 굶주리는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자신의 식사를 최대한 줄여서 했다하지 않는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면 일자리에서 밀려난 노숙자, 굶는 우리의 아이들,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장애인, 독거노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수많은 불우한 이웃들이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가 우리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는 하지만 고통 속에서 절망하는 이웃을 위해 성금도 내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봉사하는 기부도하고,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랑의 도구가 되어 주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크고 작고, 많고 적음을 떠나 우리 모두가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민다면 이 사회에는 반드시 큰 사랑의 강이 흐를 것이고, 어려울 때일수록 나누고 베풀면 이 사회는 더욱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될 것이다.
김창수 <명예기자> 2003년 12월 18일 18시 19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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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