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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맨발걷기는 숲과 함께 만들어가는 상호작용
오늘, 늘 그렇듯 맨발로 숲길을 걸으며 카를로 로벨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다시 곱씹었다. 발바닥이 흙과 만나는 순간의 그 촉감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로벨리가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맨발걷기는 숲과 함께 만들어가는 상호작용

오늘, 늘 그렇듯 맨발로 숲길을 걸으며 카를로 로벨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다시 곱씹었다. 발바닥이 흙과 만나는 순간의 그 촉감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로벨리가 말한 '관계적 사건'의 현현처럼 느껴졌다.
로벨리는 양자이론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통찰은 내 일상적 맨발 명상과 놀랍도록 공명한다. 맨발로 걸을 때 내 발과 대지는 서로를 정의하는 관계 속에 놓인다. 내가 흙을 누르는 만큼 흙은 나를 떠받치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상호작용의 사건'을 만들어낸다.
숲속에서 맨발로 걸을 때면 나무들과 바람, 그리고 내 몸은 하나의 관계망 속에 있다. 로벨리는 "사물의 속성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내 발걸음이 나무들 사이에서 펼쳐질 때 그것은 나만의 걸음이 아니라 숲과 함께 만들어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맨발 명상 중 호흡에 집중할 때마다 로벨리의 관계적 양자이론이 생생하게 체험된다. 내 몸과 공기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나'라는 존재는 들숨과 날숨의 끊임없는 교환 속에서 계속 재정의된다. 고정된 '나'는 없다. 오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건들의 연속만이 있을 뿐이다.
숲속 맨발 명상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가 세상과 맺는 관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로벨리가 말한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내 의식은 흐르고 나무와 흙, 바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다시 형성된다.
맨발로 숲을 걸을 때 느끼는 감각은 로벨리의 사상과 깊이 연결된다. 내 발바닥과 대지가 만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서로를 정의하는 관계의 탄생이다. 걷는 '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숲과 대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난다.
로벨리는 "의식 역시 인간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 속에서 발생하는 관계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맨발로 걷는 동안 내 의식은 확장되어 나무와 흙, 바람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때 나는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관계적 존재임을 깨닫는다.
로벨리의 책을 읽고 나서 매일의 맨발 숲 명상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존재론적 탐구가 되었다. 그가 말한 "실재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에 따라 형성되고 사라지는 유동적인 것"이라는 통찰이 내 발바닥과 흙의 만남 속에서 생생하게 체험된다.
맨발로 걷고 명상하는 일상은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라 로벨리의 관계적 양자이론을 체현하는 방식이 되었다. 내가 숲을 경험하는 만큼 숲도 나를 통해 존재한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제목이 이제는 철학적 명제가 아니라 맨발로 숲을 걸을 때마다 발바닥으로 느끼는 생생한 진리로 다가온다.
매일, 맨발로 숲에 들어서며 나는 중얼거린다. "내가 숲을 걷는 것이 아니라, 숲과 내가 함께 걷는 사건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로벨리의 관계적 세계관은 이제 맨발 건강의 철학이 되었다. 맨발로 대지를 느끼는 것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세상과 우리의 근본적인 관계성을 일깨우는 매일의 명상이다.

춤테라피스트 허정숙

2025년 05월 29일 1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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