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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위한 정치 사천의 내일을 설계하다 』

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간 1950년대, 대한민국은 하루하루가 버텨내야 할 현실이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미군이 남기고 간 군용 트럭을 재활용해 물자를 나르고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트럭은 서양인의 체격에 맞춰 설계된 탓에, 체구가 작은 한국인 운전자들은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았다. 그들은 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덧신어야만 겨우 브레이크를 밟고 액셀을 조작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옛날의 고생담이 아니다. 바로 “인간공학(人間工學, Ergo nomics)”이라는 개념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간공학이란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조직적 특성을 바탕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사람에게 맞게 설계하는 학문이다. 즉, 사용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제품이나 환경,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공학이 녹아 있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자판의 배치, 지하철 손잡이의 높이, 자동차 시트의 각도까지 이 모든 것은 사람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결과물이다.
재미있는 예로, 최근 미국 NASA에서는 인간공학 전문가 수십 명이 참여해 우주선 내부 설계와 우주복 디자인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일하는 우주인들이 쉽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복잡한 기술보다 먼저 ‘사람의 동작’을 연구하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NASA마저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공학적 사고, 즉 ‘사람 중심의 설계’는 제품이나 우주산업에만 적용되어야 할까?
우리는 지금, 사천의 미래를 설계하는 2026년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사천시장, 도의원, 시의원, 도교육감 등 시민을 대표할 여러 인물들이 선출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사천의 4년, 어쩌면 그 이후의 10년이 결정될 수도 있다.
사천시는 항공산업의 중심지이자 남해안의 전략적 거점 도시로서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지금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청년층의 이탈과 고령화는 지역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둘째, 항공산업의 성장 정체와 연관 산업의 부진은 사천의 경제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셋째, 구도심의 노후화와 불편한 교통망, 특히 진주와의 연결성 부족은 시민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천시민들은 오래전부터 사천~진주 간 광역 교통망 확충, 항공국가산단 활성화, 그리고 청년층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환경 조성을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 투자’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자는 간절한 요구이기도 하다.
최근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지방정부는 공약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에 기반한 정책 설계자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치 NASA가 우주인을 중심으로 설계를 고민하듯, 사천의 정치 또한 시민의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사람을 중심에 둔 설계자’를 선택해야 한다. 누가 더 화려한 말을 하느냐보다, 누가 사천의 환경과 문제, 시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천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다름 아닌 사천시민 자신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깝게 듣고, 그에 따라 행동해 온 사람이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후보자의 경력과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일상에서 보여준 태도와 진심이다. 사천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밤늦게까지 회의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며 직접 현장을 뛰어다닌 흔적들. 그 작은 노력들이 모여, 결국 사천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지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넘어서, 사천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시간이다. 나막신으로 트럭을 몰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사람에 맞는 정치를,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둔 설계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윤정일 논설위원

2026년 02월 26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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