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주유소업계가 경기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증가하는 운영비로 잇따라 폐업하거나 휴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을 심화시켜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주유소 편중 지원 정책이 주유소 줄 도산을 부른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도심지에서의 잇따른 주유소 휴·폐업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주유소협회 경남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1년 동안 창원시내 주유소 5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지난해 경남에서 23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폐업 주유소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 19곳, 2012년과 2013년 각 23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휴업 주유소는 지난 2010년 16곳에서 2011년 20곳, 2012년 26곳에 이어 지난해 42곳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휴업은 곧 폐업'이 정설로 통해 폐업 주유소 수도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주유소는 연말기준 14개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알뜰주유소 정책을 꼽는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서민 유가 부담을 덜고자 알뜰주유소 정책을 내놓았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등이 국내 4대 정유사로부터 공동입찰로 유류를 사들여 리터당 약 40~60원 싼 가격에 내놓는 주유소를 말한다.
수입 석유 매입 때 관세 3%를 면세한 가격에 유류를 공급해 가격을 낮추도록 했다. 알뜰주유소가 기름값을 낮추면 일반주유소도 경쟁력을 위해 공급가를 낮추리라는 복안이 깔렸었다.
정부는 이런 알뜰주유소 1300곳(전체 10%)을 오는 2015년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알뜰주유소는 자영 400여 곳, 농협 운영 420여 곳, 고속도로 180여 곳 등 1000곳이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영세자영주유소 업계에서는 “도심은 알뜰주유소가, 농촌은 농협주유소가 다 잡아먹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주유소협회 경남지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는 고유가 원인이 주유소에만 있는 양 닦달하며 불공정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알뜰주유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세금으로 특정 주유소에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전체 주유소에 함께 지원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사 직영주유소나 기업형 주유소 간 치열한 경쟁 또한 영세자영주유소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2012년과 지난해 창원 상남동에 알뜰주유소와 셀프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셀프주유소는 메이저 정유사 간판을 단 개인 사업자 주유소이고, 알뜰주유소는 창원에만 주유소 3개를 운영하는 기업형이다.
이들 업체는 13일 현재 1778원과 1798원으로 1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 영세자영주유소 최고가가 2000원대임에 비하면 아주 싼 가격이다. 조금 떨어진 인근 대형정유사 직영 주유소도 1700원 대 후반으로 손님 몰이에 한창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저가 경쟁은 반갑다. 퇴근 시간대 이후부터 늦은 밤까지 이들 주유소 일대는 싸게 기름을 넣으려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업계는 과당 경쟁이 인근 주유소에 영향을 미쳐 주유소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경남지회 관계자는 “창원 도심은 가뜩이나 땅값이 비싸 주유소 설립에 따른 대출금과 경영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든다"며 “이들 주유소가 마진율과 상관없이 매출 상승에만 열을 올리며 과당 경쟁을 하는 바람에 이곳이 손님을 다 빨아들여 지역 내 다른 주유소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도심지 내 주유소 폐업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경남지회 관계자는 “지금 과당 경쟁을 벌이는 창원 내 업체들도 주변 주유소 수가 줄고 경쟁이 느슨해지면 가격을 올릴 것이 뻔하다"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 지금 싼 주유 가격이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휴업 중인 업체들은 7000만~1억 5000만 원 사이인 폐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땅과 건물을 놀리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업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짜 휘발유 제조업자들에게 주유소를 임대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만큼 도심 내 주유소 공동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