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할증 기준을 사고건수로 개편하는 `건수제`와 관련해 사고액(보험금) 50만원 미만인 경미한 사고와 보험계약기간 중 첫 번째로 발생한 사고는 할증을 낮추는 수정안이 검토되고 있다. 접촉사고를 비롯한 경미한 사고와 사고 빈도가 낮은 운전자에 대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차보험 할증 건수제와 관련한 수정안을 마련해 오는 11일 전문가ㆍ소비자대표 등을 모아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수정안에는 경미한 사고와 보험계약기간 중 첫 사고에 대한 할증을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차보험은 사망사고 4점, 2~7급 부상 3점 등 방식으로 사고 정도에 따라 점수를 부과하고 이를 기준으로 할인ㆍ할증률을 계산하는 `사고점수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오히려 사고를 적게 내는 운전자에 대해 부담을 키워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사고 위험성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선진국처럼 사고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를 보험개발원이 진행해왔다.
당초 처음 제시된 건수제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등급을 3단계 조정해 할증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차보험 등급은 과거 사고 내용 등을 감안해 1~26등급까지 책정돼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처음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11등급이 책정되는데 `사고건수제`를 적용해 사고를 낸 후 8등급으로 3단계를 강등당하면 보험료는 15~20% 정도 오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접촉사고 같은 경미한 사고가 대형사고와 같은 비율로 할증되는 것 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보험개발원은 수정안으로 우선 50만원 미만인 경미한 사고 때 3단계를 조정하지 않고 1단계나 2단계만 강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보험계약기간 중 첫 사고에 대해서도 3단계를 조정하지 않고 1ㆍ2단계만 조정해 사고 빈도가 낮은 사람을 우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경주 홍익대 교수는 공청회를 통해 "현행 할증제도는 도입된 지 24년이나 흘러 형평성 등에 문제가 발행하고 있다"며 "사고 위험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나라처럼 사고건수를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고건수를 기준으로 제도를 바꾸면 무사고 운전자가 내는 보험료가 연간 3600억여 원 줄어들고 그 만큼 사고 운전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