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주력산업인 기계산업의 IT(정보통신기술)융합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부품 국산화도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기획조사팀 김낙현 과장과 박민렬 조사역은 ‘경남지역 기계산업의 특징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경남 기계산업은 창원국가산업단지 형성을 시작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성장이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경남은 2009∼2012년 연평균 2.3% 성장에 그쳐 경남을 제외한 전국 평균 8.9% 성장률을 크게 밑돌았다. 금융위기 이전에 경남 기계산업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기에 최근 부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부진이 길어지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9년 경남 기계산업 생산액과 부가가치는 전국 기계산업의 32.2%, 30.8%를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2012년 각각 26.7%, 24.7%로 크게 떨어졌다. 경남 기계산업이 지역 제조업 생산액과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25~26%대였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2년 모두 약 18%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남 기계산업이 옛 명성과 달리 주춤거리고 있음에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기계산업 IT융합 수준은 저조했다. 기계산업 IT융합화는 설계, 생산 공정,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 IT가 내재한 부품, 기기,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기계 지능화와 새로운 순기능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예를 들면 공작기계 부문은 메카트로닉스(기계와 전자공학) 기술 확산으로 제품 고속화와 정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냉동공조기계 부문은 에너지 관련 환경규제 등으로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기술과 무선네트워크 통신기술 관점에서 IT융합이 추진 중이다.
경남은 생산활동에 IT가 얼마나 집약돼 있는지 의미하는 ‘기계산업 IT융합도'가 0.109로 전국 평균(0.104)과 비슷했지만, 경기(0.132)와 충남(0.166)보다 낮았다. ‘IT융합도'는 생산에 들어가는 정보통신 부문 중간투입 비중으로 산출한다. 연구진은 "IT융합 부품산업 기반이 다른 지역보다 취약하고 중소기업 IT융합 역량도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은 기계산업 제품 생산을 위한 IT제품 자체 조달 비중(23.3%)이 경기(41.4%), 충북(39.3%), 경북(32.9%) 등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IT 중간재 수입 의존도(15.2%)는 경기(12.9%), 충북(13.3%)보다 비교적 높았다.
경남 기계산업은 핵심부품 국산화도 미흡한 실정이다. 공작기계 제작을 위한 핵심부품 대부분을 아직 수입에 의존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남은 일반기계 중간재 국산화율이 2005년 87.4%에서 2012년 82.8%까지 하락 추세다. 또 지역별로는 83.9%로 10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중간재 국산화율이 낮다.
아울러 경남 기계산업의 서비스 부문 업체 수(1715개)는 제조 부문(1394개) 1.2배 남짓이다. 그러나 고용과 매출액 규모는 각각 제조 부문의 10%(제조 5만 8667명·서비스 5625명), 4%(제조 약 28조 원·서비스 약 1조 원)에 불과하다. 영세한 서비스 부문을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요컨대 연구진은 “기계산업은 설계, 사후서비스 등 서비스 부문이 제조 부문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경남은 제조 부문에 생산액이 집중된 상황"이라면서 “R&D(연구개발) 센터 유치 등으로 핵심부품 국산화 기술을 축적하고, 산·학·연 연구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로 기계산업 IT융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