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주류업계가 문화를 선도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과일 맛을 첨가한 소주가 전국을 강타하고 수입 맥주 열풍에 맞서고자 국내주류업체도 잇따라 리뉴얼·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올해는 하이트진로, 무학, 롯데주류 등 주류업계 영업이익이 일제히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효자(과일 맛 소주)는 일 년 만에 골칫덩이가 됐고, 수입맥주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모임이 줄면서 ‘혼술(혼자 술 마시기)' 문화 확산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주 시장은 지난해 3월 롯데주류 처음처럼 순하리(유자) 출시 이후 지각 변동을 일으킨 '과일맛(리큐르) 열풍'이 1년이 가지 않았다. 소주 점유율이 몇 년째 굳어진 상황에서 과일 맛 소주 매출이 늘자 주류업체마다 새로운 제품을 우후죽순 쏟아내며 10종 이상의 과일소주가 동반 성장했다. 올해 과일 맛 탄산주까지 출시하며 그 열기를 이어가려 했지만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무학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감소했다. 롯데주류는 역기조 현상이 심해 영업이익이 46%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015년 3분기보다 무학은 23%, 롯데주류는 무려 89.7% 줄었다. 올해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지난 3분기 국내 소주 출하량은 전년보다 3.7% 감소하는 등 소주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맥주 시장은 실적도 부진하고 당분간 개선도 힘든 상황이다. 수입 맥주 소비량이 지난 3년간 평균 27% 고속 성장하는 동안 국내 맥주 소비량은 평균 1.2% 성장에 그쳤다. 한 대형마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맥주 매출 가운데 수입 맥주 비중은 45%를 차지한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부터 영업 적자를 보고 있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감소했고 3분기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오비맥주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국산맥주 시장에서 다수 수입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그나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런 오비맥주도 "전반적인 경영 여건을 고려해" 지난 11월 1일 국내 맥주 가격을 6% 인상했다.
더욱이 국내 맥주 소비량이 지난 5년간 평균 1.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생산량은 이미 공급 과잉에 달했다. 국내 맥주 생산 능력은 2013년 이미 소비량의 1.3배 수준으로 공급 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오는 2018년 롯데주류 맥주 제2공장이 증설되면 생산량은 1.8배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주류업계 전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기 침체,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김영란법)로 회식과 모임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입맥주는 아직 업소로는 진출이 저조해 몇 년 전만 해도 위협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경기 침체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다양하고 저렴한 수입 맥주를 선택해 국내 맥주시장과 소주 시장이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