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이 가장 큰 곳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이 한목소리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연장근로시간이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되고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변화분인 1754억원과 인력 부족에 따른 인력 보충 비용 12조1000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8조6000억원으로 총 비용(12조3000억원)의 70%에 해당한다. 세부적으로는 1~29인 영세 사업장에서 3조3000억원, 30~299인 사업장에서 5조3000억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구조인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근로시간 단축의 총 비용 중 약 60%가 제조업에, 22%는 영세사업장이 많은 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에 집중돼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영세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가 수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점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며 “2015년 대타협 때 노사정이 2024년까지 충격 완충기간을 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거대한 비용부담을 떠안게 될 경우 정부 목표와는 달리 오히려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건비 증가로 중소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동화 시설 확충을 통해 인력을 줄이거나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선택을 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맞물리면서 중소기업들에는 최악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된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추가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비용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