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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 조선시대 사천의 옛길(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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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면 한실마을
(대곡·大谷) 숲
열행비가 있는 곳에서 옛길은 산기슭과 충적지가 만나는 접촉지대를 따라 신기마을을 거쳐 한실마을 숲을 지나 대곡리의 중심마을인 한실 마을로 든다.
이 숲은 간간이 참나무류의 활엽수가 섞여 있긴 하지만 거의 소나무 수종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숲에 주민의 제보를 토대로 정리한 바에 따르면, 풍수상, 마을과 숲이 키 형국 이라 마을 앞을 막아야 한다. 고 해서 조성 했다고 한다.
즉 이곳에 숲을 조성하여 마을의 부가 키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비보 림으로 조성한 것이다.
실제로 마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을 뒤로 길고 큰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이곳에서 흘러내리는 냇가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바깥으로 나가므로 골 안의 기운이 빠져 나간다고 여긴 것이리라.
이 마을은 약 300년 전부터 사람이 모여 살기시작 하였는데 한동안 갖가지 재난이 잇따르자 약 200년 전에 풍수적 비보 책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소나무 숲을 조성한 것이다.
숲을 구성하고 있는 소나무는 껍질과 속살이 붉은 소위 적송(赤松)인데, 곰솔조경 박정기 대표의 조언으로 중부지방에서는 조선 솔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솔이 벽사와 정화(淨化)의 의미로 금줄에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예전 한실 분들은 그야말로 비보 한 번 제대로 했다 할 만하다.
그런데 숲 사이의 덩치 큰 소나무에는 몸통에 볼썽사나운 흉터가 남아 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이던 1940년 초반 송유를 추출하기 위해 송진을 받아낸 자원 수탈의 흔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대 8월 미국은 자국에서 수출하는 석유가 전쟁 연료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으로의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한다.
구 뒤 석유를 대체할 원료를 우리나라 곳곳에서 강제로 수탈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나무에서 추출한 송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채취한 송진을 가공하여 만든 송유(테레빈유)는 가솔린을 대체하여 항공기의 연료로 사용하였다.
송진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면 어디서든 채취하였는데, 대개는 송림이 잘 보호되고 있는 사찰 부근의 소나무에 그런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 지역에는 언양의 가지산 석남사가 대표적이고 같은 산자락에 들어선 청도의 운문사도 그러하다.
김천의 직지사나 해인사 소리 길에서도 송진을 채취한 “V" 자의 흠을 볼 수 있고, 몇 해 전인 2007년에는 함양 안의면 신안리에서 거함대로 용추입체교차로 공사에 앞서 실시한 문화재발굴조사에서 송탄유골 송유를 뽑아내던 가마 8기가 발굴되어 일제가 자행한 다양한 자원수탈의 증거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아름다운 숲을 거닐며 숲을 조성한 이들의 지혜와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자원수탈의 자취를 살피고, 한실마을을 돌아 나온 길은 다시 33번 국도와 겹치면서 감곡리에서 뻗어 나온 구릉(부웅더미)을 안고 돈다.
사천천의 공격사면에 형성된 바위 벼랑에는 혹여 비리길이라도 있을까 살피지만 보이지 않는다.
모롱이를 돌아서 처음으로 드는 마을이 장산리 건점 이다. 그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 예전에 주막이라도 있었을 듯싶어 자료를 뒤져보지만 그다지 신통한 정보가 없다.
본지주필·사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김을성 2020년 05월 14일 11시 05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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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