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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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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전도사 이갑영, 자연을 담은 염료로 인생 2막 설계

  천연 염색 중 으뜸은 쪽물염색으로 꼽히며 쪽물이 들어 누렇게 변한 천은 초록색으로 변신하고 다시 파란색으로 변하는 마술(?)을 부리며 아름다운 천연 자연색깔로 바뀐다. 공기 중 산소와 만나서 쪽물이 산화하는 과정에서 색깔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진전은 물질적인 풍요와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이로운 면들을 많이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아토피 질환이나 각종 피부병은 물론이고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 재앙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이용한 제품들이 각광을 받는다. 자연에서 가져오는 천연염료 쪽물염색 애호가들이 늘어나며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전수자들 역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전통 알리기에 열심을 내고 있다.
‘쪽빛 전도사’ 이갑영씨(66)는 쪽물염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누렇던 천이 초록으로, 다시 파란색으로 바뀌는가하면 감칠색을 입히면 황토색에 가까운 색깔과 색감까지 느끼게 한다.
여기에다 일명 ‘홀치기’기법을 쓰면 천에 고운 색깔에 이어 무늬가 만들어진다. 홀치기 기법으로 만들어진 감칠색 무늬 천은 옷이나 액세서리, 가방 등 다용도로 쓰인다.
이갑영씨는 “쪽은 보통 봄철인 3월경에 키우고 6월경에 수확해 염색을 하며 생 쪽을 갈아서 염색을 하면 옥색으로 나오고 생 쪽은 실크에 염색이 잘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 쪽은 수확 후 발효를 시켜 잎을 통해 염료를 채취하고 석회(조개껍질)를 당그래질을 하여 쪽색이 나오게 하는데 석회를 당그래질 한 후 12시간 이상 침전시키면 죽 같은 염료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니람’이라고 부른다.
보기에는 쪽빛이 나는 물에 천을 담그기만 하는 것 같지만 온갖 정성을 다해야 고운 빛깔을 낼 수 있다. 또 씨앗을 뿌릴 때도 햇빛이 좋아야하고 시기도 놓치지 말아야한다.
쪽씨는 4월초(남부지방은 한 달가량 빠른 3월)에 씨를 뿌리고 햇빛을 충분히 받게 해야 좋은 염료를 얻을 수 있으며 7월경(남부지방은 6월) 꽃이 되기 전에 수확한다.
이갑영씨 인생 역시 쪽물에서 천이 각양각색으로 변화하듯 많은 변화를 겪은 삶이다.
사천시 정동면 학촌리가 고향인 그는 사천중학교와 삼천포공고를 나와 일찍이 경기도 군포시 에서 금형업을 하는 사업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08년도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고 당시에 6개월이라는 암선고를 받는다.
영화와 같은 그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6개월만 생존 할 수 있다는 암벽에 맞닥뜨린 그는 인생을 정리하기에 들어갔다.
하늘은 그를 그냥 인생을 정리하게 내버려두질 않았고 주변의 지인들이 뜻을 모아 거액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결국 수술을 결심한 그는 지금까지 건강을 누리며 인생 2막으로 자연을 벗 삼아 ‘쪽빛’만드는 일로 건강과 사업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
고향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는 처음에는 남은 인생을 정리하느라 모든 것을 다 날린터라 살아있는 게 기쁨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살아갈 일이 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한다.
마음을 다 잡고 시골 고향에 무작정 내려와서 그동안 자신을 도와줬던 주변 분들을 생각하며 수없는 봉사활동을 하며 시작한 일이 ‘쪽빛사업’이다
사업이라기 보다는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일이 자연을 벗 삼는 것이며 또 자연을 통해서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국화꽃차와 목련꽃차 등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도 해 보았지만 판로개척이 만만치 않았고 결국에는 전통방식의 사업인 자연 염색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잿물염색과정들을 옛 어른들에게 물어가며 배우고 수없는 시행착오 과정을 겪으며 10여년을 이끌어온 지금애사 나름 전문가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요즘에는 쪽을 이용한 염색에서부터 감칠 염색과 매실나무, 복숭아 나뭇가지를 이용한 염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염색을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유통망 뚫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각종 농어민 축제 등에 참여해 부스를 통한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시골마을에 살고 있어서인지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농어촌축제마저 없어져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도 그는 다시 찾은 인생의 2막을 위해 늘 웃으며 주변인들을 도우면서 살고 또 그렇게 살기를 희망한다.
수년전 대전시에서 가족마당극 ‘쪽빛황혼’이 열린 적이 있었다. 쉽게 말해 나이 들어 가족들이 모여 오순도순 황혼을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가족 극이다.
이갑영씨를 통해 ‘쪽빛황혼’이 떠오른다.
인생2막 멋진 쪽빛 물감으로 그려지리라 본다.

정천권 기자 ckjung8226@naver.com

2020년 06월 18일 11시 07분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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