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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25) 사등산성(沙登山城)과 왜등(倭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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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사등동(沙登洞) 산 38의 1번지에 소재하는 사등산성(沙登山城)은 높이 약 2m정도의 토축(土築)과 석축(石築)겸하여 축성한 *퇴뫼식(山頂式)산성으로 둘레는 약300m~500m 가량 되지만 거의 허물어져 있다. 축성연대나 그 밖의 내력은 상세히 알려지고 있지는 않으나 우리고장을 침범한 왜구(倭寇)와 깊은 관련이 있는 성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사등산(沙登山)을 산성산(山城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표고(95.4m)가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해안에 접해 있어 사천시 신수도와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의 삼천포화력발전소가 한눈에 조망된다. 남쪽은 급경사의 바위로 되어 있으며, 북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주위가 만으로 되어있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좋은 입지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유재란(丁酉再亂)이후 기세 좋게 내륙각지를 약탈하던 왜군들도 바다에서는 충무공이 다시 일어나 대승첩(大勝捷)을 거두고 육지에서는 조선 명나라 연합군에 의하여 격파된 곳이 많아 후퇴하여 울산, 순천, 사천, 부산 등 네 군데의 적들만 유둔 하더니 그들마저 이제 와서 그저 무사히 철수할 수 있기 만을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울산주변에는 명나라 마귀(麻貴)의 군대가 있었고 사천 주변에는 명나라 동일원(董一元)이, 순천에는 명나라 유정(劉綎)의 군대가 있었고 바다에는 충무공과 진린(陳璘)의 연합함대가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왜적들은 초조했다고 한다.
선진에서 사천읍까지 견고한 방비를 갖추면서 조명연합군과 일진일퇴의 치열한 전투를 거듭하면서 해로(海路) 또는 육로(陸路)로 부산방면으로 탈출하여 일본으로 철수할 것을 기대하는 왜적들, 그러나 바다에는 충무공이 거느린 함대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고 육지에는 뒤늦게나마 일어선 방방곡곡의 의병들이 있었다.
선진성을 교두보로 하여 이중삼중의 방비선을 치면서 연합군과의 결사의 대결을 피하던 왜장 시마쓰 요시히로(島津義弘)의 부하 휘하의 수만 명 적병 최후발악에 겁을 먹은 명나라 장수 동일원(董一元), 모국기(茅國器) 등은 왜장과 잠시간의 휴전이 성립되니 왜군이 빠져 나갈 구멍이 생기고 만다.
바다로 달아나는 왜적은 충무공의 수군이 맡았으나 손상 없이 철퇴하는 적의 주력은 상당수가 탈출에 성공한다. 이때 선진에서 고성까지의 해안선에 분산철수를 꾀하는 적들을 보고 의병들이 일어나 추격한다. 삼천포 앞바다를 거쳐 탈출한 왜적들은 팔포 미사리(美砂利: 통창동편)와 사등만(沙嶝灣)을 통하여 선편을 기다려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리는 지금 매립되어 흔적도 없지만 향촌으로 가는 길이 이 미사리의 해안소로 였다. 여기 완만한 구릉이 있어 왜등(倭嶝)이라 불렀다. 구릉을 깎아 정지할 때 많은 해골과 왜인들이 사용하던 담뱃대가 발굴되었다. 왜식 담뱃대는 조선 담뱃대처럼 목통도 크지 않고 설대(담배통과 물부리 사이에 끼워 맞추는 가느다란 대)는 짧아 한자(一尺)가 못 되었다. 옛날부터 왜등 이라 불러 왔는데 해골과 왜인 유기품 등이 쏟아져 나온 것 이다.
현재 남평(南坪)부락 근방을 왜등 이라고 불러 오는데 이 왜등은 한일합방 후 일본인 농업 이민단이 동척사업(東拓事業)으로 20호가 이주해 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며 미사리의 왜등과는 구분된다. 남평의 왜등에 일본인들이 살면서 농사를 짓는데 생활풍속이 상스럽고 불미하여 오늘의 봉이동 주민들은 숫제 길도 그들이 사용하는 길을 이용하지 않고 새 길을 만들어 통행하였던 것이다.
이 고장 선인들은 이와 같이 도도하고 일본인들을 천시했던 것이다. 일제말엽에는 모두 흩어지고 한가호가 남았을 뿐이었다. 지금의 삼천포중·고등학교를 신축할 때 여기서도 많은 유골이 나와 철병하던 왜병들이 떼죽음을 당한 자리라고 보고 있다. 미사리 해안에서 배편을 기다리고 있던 왜병들이 의병의 습격을 받아 떼죽음을 당한 곳이라는 구전(口傳)은 옛날부터 있어 왔고 유골 유품 등이 이를 증명하여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성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축성이 아님을 알 수 있고 급히 만든 허술한 성인 것을 볼 수 있다. 남해안에는 20여개의 왜식성(倭式城: 왜성)이 있다. 대부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이 축조(築造)한 것인데, 육상과 해상에서 패배하여 퇴각한 왜군들이 이 산성에 의지하면서 탈출을 꾀하는 왜적들이 선편을 기다리면서 농성하고 있었다고 추리되는 것이다. 이곳도 의병들의 추격전이 벌어져 왜적도 무사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백천의 파병산, 퇴병산의 전투는 의선대사(의상대사의 속세에서 형님)휘하의 200명의 승군(僧軍)과 이 고장 의병(義兵)이 이곳 사등산성, 미사리의 추격전도 벌여 왜적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추리된다. 이상의 사화는 기록에 있는바 아니나 다만 산, 땅, 이름과 산성과 발굴된 유골 등과 구전을 참고하여 그때의 사태에 비추어 사실과 그리 먼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임진왜란(壬辰倭亂)과 삼천포(三千浦)와의 관계사는 그 기록을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는 현재에 있어서는 구전 또는 지명 유적 등을 기초로 하여 구명(究明)되어야 할 것으로 안다.
※퇴뫼식(山頂式) 산성이란 산 정상에 산성을 축조한 것을 말한다. 지형을 고려하여 축조한 것이므로 방어하기가 유리하다.
자료출처 : 국토정보지리원, 한국지역지리학회, 삼천포시지, 와룡산의 정기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0년 09월 24일 11시 04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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