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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멈춤’ 안이숲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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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확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비 확진자의 두려움과 공포 역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이제껏 살면서 사스, 메르스 등의 바이러스가 여러 번 유행했지만 이렇게 까지 오랜 기간 전 세계 사람들을 위협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의 현실보다 더 한 공포는 앞으로도 이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심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심스런 예견이다. 이런 공포 속에서도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변함없는 시간의 속도로 진입하였다
그동안 집에서 억눌린 가슴을 다독이던 시민들도 가을 단풍이 절정이었던 11월을 지나면서 들로 산으로 단풍을 보기 위해 떠났지만 필자는 이곳 사천을 거의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사천읍에 사는 필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사천강가를 산책하는 일이다. 마스크에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나면 누구인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니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는 해방감을 느낄 때도 있다.
사천강의 사계절은 소박하지만 우리나라 그 어느 경치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고읍뜰에는 나무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전등을 붉게 켜고 있는 단감의 풍경이 일품이고 사천강을 끼고 한 바퀴 걸으면 강물이 흘러가면서 내는 청량한 소리와 가끔 강물 위를 날아가는 왜가리와 하얗게 풀어헤친 가을 억새를 만날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위의 시 김춘수의 ‘꽃’처럼 결국 아름다움이란 무심하게 스치고 지나갔던 풍경의 아름다움을 내가 알아봐주고 발견해 낼 때 그 풍경은 나에게 와서 더 의미 있고 소중한 풍경이 된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 가까운 곳에서도 시민들이 느끼는 힐링의 만족도는 충분히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올 한해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스모그가 줄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되는 등 환경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잠시 멈추는 시간을 견디어야 한다. 아름다운 산과 들을 보기 위해 멀리 떠나는 일도 좋지만 그런 일쯤 우리는 살면서 거의 해마다 하고 있는 일이지 않는가 말이다.
한번쯤 쉬면서 우리의 주변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아주 많다. 내장산의 단풍도 좋지만 한국항공우주공원의 황갈색으로 물든 메타쉐퀘이아와 미국풍나무의 단풍 또한 일품이다. 멀리 가기는 부담스러운 이때 주변의 아름다움에 한번 매료되어 보면 어떨까?
한때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런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멀리 가고자 하는 욕구를 잠시 멈추고 내 안을 한번 둘러보고 가끔 사색을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동적인 활동에서 정적인 활동으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사천 단감만큼이나 아름답게 익어가는 우리의 내면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이숲(본명 안광숙) 프로필
-1972년 경남 산청 생 경상대학교 산업심리학과 대학원 졸업
-2016년 개천문학대전 신인상 수상
-2017년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
-2017년 경남문학 신인상 수상
-2019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수상 2020년 11월 26일 10시 45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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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