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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32) 삼천진성(三千鎭城)의 추정된 소재지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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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왕국이 망한 직접적 동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360여회에 걸친 왜구의 침입은 결정적으로 고려의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영호남 지방의 인심은 매우 흉흉하였고 특히 경남의 해안지대는 그 피해가 매우 극심했다. 삼천포지역도 기록상으로 보면 여러 번이나 왜구의 침노를 입었다.
이조가 들어서면서 집권자들은 전력을 기울여 침범한 왜구를 토벌하고 해상을 견고히 하는데 힘썼다.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몸소 남원까지 내려와서 왜구를 토벌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태조로부터 시작하여 성종에 이르기까지 해방 책은 꾸준히 계속되어 각 해안 요지에 진보(鎭堡)를 설치했다. 우리지역의 삼천진(三千鎭)도 이때 남해 미조항진(彌助項鎭)과 함께 설치 축조된 것이다.
이 삼천진이 위치하였다고 비정되는 곳은 현재 한전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진성지(鎭城址)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소재지 : 사천시 선구동 산 26-1번지 일대 추정) 이곳의 남쪽에 있는 망산(望山)에는 망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산의 까마등(烏堂山)에서 망산등(望龜嶝)을 잇는 구릉에 자리 잡은 삼천진(三千鎭)은 둘레 2050자 높이 15자로 된 석축의 성채로 성내에는 동헌(東軒)을 위시하여 병사, 병기창 등의 시설이 있었고 망산 에는 망루 즉 감시초소가 있어 산 이름도 망산(望山)이다.
이 성채는 삼천진 수군들의 진보(鎭堡)로 많은 함선들이 지금의 서부시장 일대에 정박하고 있었다. 삼천포는 삼천진의 설치로 말미암아 갑자기 인구가 불어나 곧 마을로 조성되는 계기가 된다. 삼천진의 구실을 원활하기 위해 여태까지 목섬(項島)을 향해 흐르던 한내의 강구를 메우고 그 강줄기를 동서금동과 노산 서편으로 둘러 내게 한다.
팔포앞바다에서 군항이 노출되어 불리하다는 그때의 전략으로 삼천포의 지리도 변동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삼천진도 정식으로 진이 되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단종 2년 때의 경산도 관찰사(觀察使) 황수신(黃守身) (1407~1467)은 삼천포 언저리의 바다 형세를 살펴보고 조정에 장계를 올리니 다음과 같다.
『사천 남면 삼천리 근처는 토지가 비옥하고 또한 염전을 경영하여 소금을 많이 얻고 있으므로 고성, 사천, 진주 3개 읍의 백성들이 해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호수가 623호에 이르옵니다. 북으로는 30여리를 거리 하여 사천진이 있고 동으로는 수로 60 리를 두고 사량도가 있고, 남으로는 수로 30여리를 상거하여 창선도의 적량이 있아옵니다. 이 사이에는 섬들이 가로 막아 서로 바라볼 수 없아옵니다.
만약 왜선의 침범함에 있어 바다에 배를 띄워 섬에 의지하면서 노리고 틈을 보아 도적질하고자 하면 무인지경입니다. 이에 삼천리 앞 심수도(深水島,신수도)에 병선 5척을 두고 배마다 20명을 태워 경비케 하고 총 병력 2백 명으로 근무케 하였습니다. 또한 무술이 능한 자를 뽑아 거느리게 하자니 권관(權管)을 보내 통솔하여 이 지대를 방비케 하였습니다.』하고 있다.
고려 말에 두 번이나 왜구의 침범으로 참변을 당한 이 고장이며 이조에 들어와서도 웅천(熊川) 고성해안 지대에는 빈번한 왜구의 침범을 받아 피해가 컸던 탓으로 삼천포 수도를 방비키 위해 응급책으로 5척의 병선과 2백 명의 수군을 파병한 것이다.
오늘의 심수도(深水島)로 지칭한 것도 흥미가 있고 ‘대구머리’는 대군(大軍)머리의 변음으로 임진왜란 때 이곳에 대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온다. 이것이 삼천진(三千鎭)의 시초이다.
□ 성종실록 223권
각산의 한 줄기 까마당에서 망산을 잇는 등성이에 이 성체가 우람하게 세워지니 성종19년(1488년) 12월의 일이었고 이곳을 “진넘”이라 불렀다.
성 둘레를 실록에는 1440자라고 하나 만기요람(萬機要覽)에는 2050자로 나타나 차이가 생기나 어쨌던 이 성의 덕택으로 우리 삼천포는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 큰 마을로 변모해 간다. 지금의 중앙상가 터 일대의 갯 바다에는 병선이 정박하게 되고 많은 수군병사들이 거리를 누비게 된다. 팔장개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어물전인 팔장기(八場其)장이 서고 이들 군관 병사들은 이 고장의 명산물인 문어, 멸치 등 해산물을 사가지고 간다.
이때 본래의 삼천포인 말문리, 각산리는 와룡산과 각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시내 중심부를 이루는 동서, 선구, 동서금동은 형성되지도 않았을 때였고 다만 통창 뿌리 독새미 골에 통양창(通陽倉)을 중심하여 다소의 관가와 민가가 있어 사천현 남면 삼천리로 불리 우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종 때 신수도의 대군머리에 주둔하여 삼천포 근해를 경비하던 수군병력이 신수도를 철수하고 삼천진 휘하에 들어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본디 독새미골에 나래를 펴 보려던 삼천리는 구평(龜平), 선지포(仙之浦), 상팔(上八), 하팔(下八) 등의 이웃 부락이 생겨나면서 큰 삼천리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밟으면서 서서히 커 나간다.
정유재란의 해. 홀로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시고 나라를 송두리째 망쳐 놓은 원균(元均)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오니 그런대로 명백을 유지하던 삼천진 수군도 원균의 지휘 하에 들어가 산산이 조각나 흩어지고 만 것이 그때의 역사요, 삼천진의 말로였다.
임진란이 평정된 후 삼천진은 다시 복구 정돈되어 이 고장 방비의 성채로 있다가 광해군 11년(1619) 통영군 산양면 영운리에 이진해 가니 진설치 이래 130년의 역사를 남기고 폐진 하고 만다. 진이 옮겨진 영운리가 삼칭이로 되고 삼천포로 표기하니 삼천진의 이름으로 인함이요, 진이 이동이 되었을지라도 진 이름은 그대로 였던 것 같다.
진의 이동은 전략적인 이유보다 삼천진 수군 함선이 정박하고 있던 지금의 삼천포중앙시장 그때의 갯벌이 하구를 메우고 그 흐름길을 서금동 노산 쪽으로 돌려내면서부터 토사로 메워지니 이 목을 준설하느라 부역이 끊일 날이 없었다.
목을 판다는 뜻에서 상굴항리(上掘項里, 동금동), 하굴항리(下掘項里, 서금동)의 지명마저 생겨난 것을 볼 때 병선의 출입에 지장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대방에 새로운 진이 설치된 것은 순조 때(1801~1834)의 일로 추정되며 삼천진을 옮긴 이후 약 200년 전후에 대방굴항의 새 진은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삼천포시지, 와룡산의 정기, 서울대 규장각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0년 12월 17일 11시 04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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