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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47) 남해안 왜구(倭寇)와 맞선 포작인(鮑作人)의 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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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악(포작인)은 고향을 떠나 바다에서 떠돌며 생업을 꾸리던 제주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두모악(頭無岳)은 제주 한라산을 뜻하는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두모악에 관한 기록이 수십 차례 등장하고 있다. 실록에서는 포작인(鮑作人)들을 ‘제주도 고향을 떠나 바다에서 유랑하고 있는 제주유민을 두모악, 두모야지, 포작인 등으로 부른다’고 돼 있다. 또 ‘배에서 살며 남해안 일대와 중국 해안을 오가며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라 표현한다.
성종실록 197권(성종 17년 11월 22일) 경상도 관찰사(慶尙道觀察使) 손순효(孫舜孝)가 장계를 올리기를, (중략) 그 가운데 적의 침입하는 길은 우도가 긴요하며, 긴요한 중에서도 더욱 긴요한 것은 남해의 땅 미조항(彌造項)과 사천의 땅 삼천진(三千鎭)입니다. 그러나 모두 새로 설치하여 한 여(旅,1백 25명의 군사 단위)로써 지키는데, 설치한 처음이라 규모를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신이 곤양·사천·고성(固城)에 이르러 제주(濟州)에서 와 사는 두무악(頭無岳) 등 남녀를 불러 모아놓고 술을 먹이고 국령(國令)을 유시(諭示)하며, 또 수로(水路)를 자세히 물으니, 각각 소견을 아뢰는데, 뭇사람의 말이 하나같았습니다. 대마도(對馬島)에서 남해 미조항까지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섬이 벌여 있어 서로 연하였는데,(중략) 동쪽으로 삼천진까지 15여 리인데, 왜적의 나드는 것이 항상 이 길을 경유하면서 풍파가 일면 언덕에 의지하고, 바람이 고요하면 출발하고 이렇게 돌고 돌아 (중략)
미조항과 삼천진 두 곳에 요해(要害)를 설치하는 것은 진실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큰 진(鎭)을 설치하고 그 성보를 높게 쌓아서, 크고 작은 병선(兵船)을 두고 멀고 가까운 연대(煙臺)를 세워, 용맹한 군사로 지키고 낭장(郞將)으로 거느리게 하며, 봉수(烽燧)를 삼가고 척후(斥堠)를 멀리 하여, 적이 육지에 올라와서 노략질하면 육군(陸軍)으로 치게 하고 배로 돌아가 도망치면 선졸(船卒)로 추격하게 하여, 물과 육지에서 함께 견제하여 목을 누르고 등을 두드리면, 섬 오랑캐[島夷]가 위엄을 두려워하여 자취를 거둘 것이며 변경 백성이 편히 잠자고 즐겁게 일할 것입니다.
"삼천리(三千里)의 땅이 그 형세로는 진(鎭)을 두어 수어(守禦)하는 것이 진실로 아뢴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삼천리에서 물길로 거의 60리를 가면 서쪽에는 적량(赤梁)이 있고 동쪽으로는 사량(蛇梁)이 있어, 두 진(鎭)이 밖에서 가로막고 있으니, 삼천리는 실로 내지(內地)가 되며, 미조항(彌造項)도 배를 간직할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경주 이상의 여러 진(鎭)의 병졸은 겨우 스스로 지키고 있는 실정이니, 양을 줄이기가 어렵습니다. 두무악(頭無岳) 등은 본래 낚시질로 생리(生利)를 삼고 배를 집으로 삼아 정해 사는 곳이 없으니, 급할 때에 쓸 수가 없습니다. 별시위(別侍衛)·갑사(甲士) 등은 하번(下番)하여 쉬고 있는데 또 방수(防戍)하게 하면 휴식할 겨를이 없으니, 역시 옳지 못합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두 곳에 진을 설치하는 것은 형편이 모두 옳지 못하니, 예전대로 두기를 청합니다."하였다.
명하여 손순효(孫舜孝)에게 글을 내리기를, “경(卿)이 아뢴 바, 미조항과 삼천리에 진(鎭)을 설치하는 것은 변경을 방비하는 계책에는 옳으나, 다만 경주 이북 각진(各鎭)의 군사가 수가 적어서 옮겨 지키기가 어려우니, 예전대로 하는 것이 차라리 더 좋겠다." 하였다.는 내용이 기록이 되어있어 손순효는 바다를 속속들이 잘 아는 두무악들의 재주를 비상하게 생각하여 왕에게 이렇게 장계를 올려 “곤양, 진주, 사천, 고성에 두무악을 나누어 두면, 모두 배를 잘 부리고 물결에 달려가는 것이 나는 새와 같으니, 그들을 어루만지고 편히 살게 해주면 급할 때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손순효의 눈이 정확했다. 그로부터 106년 뒤에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두무악들은 물길을 인도하는 조선 수군의 핵심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왜적과의 전투에서 뛰어난 항해술의 제주인들을 언급하며 “용감하고 활도 잘 쏘고 배도 잘 부리는 포작”이라고 이들의 뛰어난 항해 능력과 전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바다의 깊이와 지형지물과 물길에 훤했고, 물결의 모양만 보고도 파도를 읽었다. 이순신은 이 제주 포작 두무악들의 비상한 재주를 활용하여, 전술, 첩보 정보, 항해술을 발전시켰다. 이들의 빠른 포작선 수십 척도 함대의 일원으로 물길을 인도하는 전문 유도선으로 적 함대의 정보수집, 수색, 기만전술, 격파 등 특수 임무를 수행했다.
왜구(倭寇)라는 말은 노략질을 위해 결탁한 ‘일본의 해적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한반도와 남중국해 해안지역을 돌며 식량을 약탈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동아시아 바다를 무대로 노략질을 하다 보니. 바다의 유랑자인 포작인들의 배와 자주 마주쳤다.
그러나 왜구들도 이들 포작인 배를 만나면 두려워서 슬슬 피했다. 따지고 보면 왜구들도 열도의 농부들이나 무사 출신들이라 바다에 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작인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음걸이보다 헤엄을 먼저 배울 정도로 바다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물밑으로 잠수하는 능력도 뛰어나 수전에는 당할 사람이 없는 일당백의 두려운 존재였다.
그리고 왜구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그들의 언어도 대충 알아듣고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 적어도 바다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다. 왜구들은 주로 칼을 잘 다루어 배를 최대한 붙여 싸우는 단병접전에 능했다. 이 약점을 잘 아는 포작인들은 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거리를 두어 활을 쏘아 적을 제압하거나, 배의 평행을 유지하기 위해 싣고 다니는 돌로 투석전을 벌여 왜구들의 배를 파선했다.
그래서 왜구가 정규군인 일본군으로 화장 편성되어도 제주 포작인의 억센 전투력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었다. 임진왜란 조일전쟁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던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승리에는 이들 제주 포작인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 삼천리(三千里)와 삼천진(三千鎭)은 삼천포를 말한다.
참고문헌: 성종실록, 바람의 신 영등할미(국악인 김준호 재피방)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1년 04월 29일 9시 14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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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