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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48) 젊은 개척자와 우보(牛步) 박남조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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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사천 지역에는 한 사람의 문학청년이 있어 꾸준히 신문학의 맥(脈)을 잇고 있었으니 그가 다름 아닌 우보(牛步) 박남조(朴南祚)였다. 젊은 개척자는 우보선생이 21살의 나이에 동아일보에 3등으로 당선된 단편소설이다. 내용을 보면 진주에서 함께 하였던 동무들에게 끝까지 싸워 달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묘사하는 듯하다.
그는 진주 보통학교 시절 '동무사'라고 하고 동인지 '동무'를 등사판으로 5호까지 펴낸다. 민족정신이 투철한 소년들의 모임인지라 피 끓던 청년들은 항일정신을 흩뿌린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에 적발이 되어 등사시설은 빼앗기고 폐간되고 말았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참여한 학생들은 정학 또는 근신 처분을 당했다.
동무사 사건으로 근신 한 달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본 경찰 고등계 형사 주임의 무심코 뽑은 일기장 수색으로 아래의 일기 내용과 같이 일본천황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증오하였으니 사범학교 퇴학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던 것 같다.
『1924.2.11(맑음) 오늘은 이른바 일본의 기원절이다. 일본의 기원절과 우리 조선 사람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좋으면 자기네들이나 좋아하라지. 원수 같은 놈들, 저희는 잘 먹고 잘 살아 거들먹거리고 불쌍한 우리들에게 고리대금이나 해먹고...』
『1924.4.29 오늘이 일본의 천장절이란다. 무슨 놈의 기념할 날이 이리 많은 고. 신문에 보니, 일본 황실에서 1년 동안에 써 없애는 돈이 300만원이나 된단다. 이 모든 돈이 우리 조선인의 혈세로 충당될 것이니, 이는 우리의 피를 빠는 것과 다를 게 무어냐?』
이토록 항일 투쟁, 멸사봉공의 개척자적 생활과 사라져 가는 전통 민속을 안타까워하고, 무례와 비리가 거리낌 없이 난무하는 사회를 개탄하면서 일평생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무심한 세월을 원망도 할 줄 모르고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젊은 개척자(박남조)
① “내가 여태껏 세상에 살았다는 것이 그릇되었다. 오~ 무엇을 찾으려고 이십일 년 동안 이나 쓰라린 길을 걸어왔든가 가난한 것이 결코 죄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삶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하였다.”
이십일 년을 넘은 구월의 달이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살아지려고 하는 마산의 해일엔 깜-한 두루마기를 입고 맨 머리로 있는 젊은이가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었다. 그는 잠잠히 한 몇 분가량이나 머리를 숙이고서 있더니 문득 무엇을 깨달았다는 듯이
“오~ 그렇다. 내가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내가 나를 위하여 사는 것이 아니다. 여태껏 나의 과거가 그러하지 않느냐, 어떤 사람은 세상의 모든 만물은 각 각 다른 존재의 가치를 가졌다. 하지만 나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를 가졌느냐? 오~ 더러운 세상..... 차라리 저 이즈태지는 달과 같아 이 바닷물 속에 영원히 잠기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리고 그는 두루마기를 벗고 늦은 달이 비치는 해안의 바위위에 앉았다 고요한 달빛이 비치는 잔잔한 물결을 내려다 볼 적에 그의 두 눈에서는 그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리었다. “오 ~ 이것이 나의 마지막인가” 이렇게 생각 할 적에 그의 머리에는 옛날 진주에서 여러 동무들과 이야기 하던 것이 떠올랐다.
“민(閔)군! 민군은 오랫동안 참으로 잘 싸웠네. 요번에 마산을 가드라도 늘 굿 세게 싸워주게. 싸우는 곳에는 슬픔이 없을 것이야. 싸우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닌가. 만약 민군이 싸우다가 죽었다면 모르거니와 민군이 세상을 비관하여서 자살을 하였다면 민군은 가장 이 세상의 약한 자일세. 물론 조선에 자라난 사명가들 것은 생각지도 안했다고 안 보겠는가”
키가 자그마한 함(咸)이란 자가 이렇게 말할 적에 민(閔)은 다만 참 그렇다는 듯이
“옳은 말 일세”라고 긴장한 태도로 대답하였다. “ 태신(泰信)군이 요번에 마산을 간다는 것은 태신군 자신으로서 퍽 슬플 것이네. 그러나 우리의 객관적 정세가 그리 만든다는 것은 태신군 스스로도 아는 바 아닌가. 마산을 가더라도 늘 굿 세게 싸워주게. 최후까지 싸우는 자가 승리자 일세”
말이 떠듬 떠듬 나오는 진(陳)이란 자가 이렇게 말할 적에 태신이는 다만 묵묵하였다.
굿 세게 싸워주게 끝까지 싸우는 자가 승리자 일세. 우리의 사명을 위하여 싸워야 안 되겠는가. 세상을 싫어하여 자살하였다면 가장 약한 자 일세. 이 모든 가락이 그의 머리를 푹푹 찌르는 듯하였다. 그리고 어디서인지 모르게 “태신아 너는 너의 사명을 모르느냐 힘차게 나아가라 그리고 너의 운명을 네가 개척 하여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②태순이의 고향은 진주 이었다. 그는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중등학교에 가려고 하였으나 가세가 넉넉지 못함으로 그러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의 배워 보려는 마음, 알아보려는 마음은 그가 신문 배달로, 빵장사로 혹은 들로 혹은 장터로 헤 메일 동안에도 열아홉 가을에 어떤 이의 소개로 진주의 한편에 있는 좌등이란 일본 사람의 집에 가서 포구 일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으로부터 일본 사람 밑에서 일을 배운다. 나의 일생을 이것으로 정하고 마는 것과 어떤 동무들은 책보를 끼고 배움의 뜻을 달고 나아가지 않는 가 이것이 만약 나의 운명이라면 조물주는 나에게 너무나 무자비한 짓을 하지 안 했는가. 그러나 한 계단 두 계단 학교를 지냈다고 결코 훌륭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아니요 높은 학교에 가지 못 한다고 훌륭한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미국의 “ 링컨 ”을 보라 그는 초등학교도 올케 졸업 못하지 안 했는가. 좌등의 집에 간 일주일만의 어떤 비오는 밤에 그는 이렇게 혼자 말하였다. 그리고 여기 있는 대로 공부를 하리라고 결심을 하였다.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1년 05월 06일 10시 14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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