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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역사와 유적지를 찾아서(66) 연작시 남행시초(南行詩抄)④ 삼천포(三千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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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대의 분단에 의해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월북시인 백석(본명:백기형)이 그렸던 1936년 2월의 三千浦, 삼천포는 모두가 가난했지만 따뜻한 도시였다. 시인 백석은 '三千浦'라는 시에서 해방 이전 삼천포를 행복하게 묘사했다.
현재까지 백석의 시작품에 관해 발표된 연구논문은 도합 600여 편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인이 창원도→ 통영→ 고성→ 삼천포를 기행하고 쓴 창원도 와 고성가도 의 시간적 배경은 거의 같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백석이 ‘【南行詩抄】一’을 昌原道 ,‘【南行詩抄】二’를 統營 으로,‘【南行詩抄】三’을 固城街道 로,‘【南行詩抄】四’를 三千浦 로 표기하였고, 3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조선일보>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三千浦】
졸레졸레 도야지새끼들이간다
귀밋이 재릿재릿하니 볏이 담복 따사로운거리다
잿더미에 까치올으고 아이올으고 아지랑이올으고
해바라기 하기조흘 벼ㅅ곡간마당에
볏짚같이 누우란 사람들이 물러서서
어늬눈오신날 눈을츠고 생긴듯한 말다툼소리도 누우라니
소는 기르매지고 조은다
아 모도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백석, 南行詩抄④ 三千浦, 조선일보, 1936 .03 .08
시인이 통영을 방문하고 고성가도를 방문한 뒤 삼천포를 여행하였다고 가정하고, 삼천포를 방문한 날짜를 탐색해보기로 한다. 시인이 통영 에 들린 날은 통영 의 작품 내부에서 열이레(양력2월9일)로 되어 있고, 그날 밤 시인은 나룻배를 타고 떠났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시인이 고성가도 , 삼천포를 방문한 날은 2월10일 이후가 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시인이 고성가도 와 삼천포를 같은 날 방문하였거나 아니면 하루정도 차이를 두고 여행하였을 것이므로 삼천포를 방문한 날짜는 양력 2월 10∼11일 경이 되는 셈이다. 이때의 절기는 입춘을 지나 있다.
‘도야지 새끼들이 졸레졸레 간다’는 것은 새끼 도야지 여러 마리가 이리저리 무질서하게 줄줄 뒤따르는 모양을 말하며, 이 언술에는 표면에 생략되어 있지만 이면에는 사람이 도야지를 몰고 간다는 뜻이 숨어 있다.
“볕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는 문면에 나타나지 않고 숨어있는 부분이 있다. 어휘 뒤에 숨어있는 의식은 도야지 새끼들이 병이 걸리지 않도록 햇볕좋은 날을 택하여 도야지를 이동하는 선조들의 경험철학이 될 것이다.
‘잿더미에 까치 오르고 아이 오르고 아지랑이 오르고’ 라는 시인의 언술이다. 일부 논자들은 ‘아지랑이 오르고’라는 언술에 주목하여 텍스트의 배경을 봄날로 보고 있다. 그러한 해석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아지랑이’의 실체를 맑은 봄날 땅 위에 아른거리는 공기현상으로 본 결과라 하겠다.
시 삼천포는 아이가 잿더미에 다가옴으로써 까치가 놀라 날아오르고, 아이가 오줌누기를 실행함으로써 아지랑이처럼 수증기가 오르는 것을 이미지(image)화했다고 보아야 한다.‘아지랑이’를 ‘오줌에서 나오는 수증기’의 표상이라고 보면 마지막 행의 ‘모두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볏짚같이 누우런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값 비싼 금비(金肥)를 사용하지 않고 잿더미에 똥오줌을 섞어 거름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인식될 것이다.
일제는 이른바 산미(産米) 증산을 위해 벼농사 지역의 확대, 경종법 개선, 일본품종 보급, 수리시설 확충, 금비 보급 따위를 실시했다. 금비는 황산암모니아, 질산암모니아, 요소와 같은 화학비료이다. 금비 사용을 하면 경제적으로 지출이 될 뿐만 아니라 땅의 지력(地力)이 약해지게 된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 땅의 지력을 지키고자 살아온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를 발휘하여 잿더미거름을 만들어 사용했고, 섬세한 관찰력을 지닌 백석시인은 그것을 포착하여 이미지(image)화하였다. 이처럼 ‘잿더미’라는 시인의 언술에는 순환과 공생의 원리를 이용한 선조들의 생태학적 자연관인 우리 삶의 문화소가 들어 있다.
□ 단어설명
·남행시초(南行詩抄) : 조선일보에 4회에 걸쳐 발표한 연시로 경상남도 통영, 고성, 창원, 삼천포, 마산 등 남해안 일대를 여행하면서 발표한 작품이다.
·귀밑이 재릿재릿하니 : 귀밑이 (볕이 비치어) 약간 따가운 느낌이 들게, 간지러운 느낌을 나타내는 말. '자릿자릿하니'보다 어감이 작다.
·담복 : 담뿍
·잿더미 : 농촌에서 거름으로 사용하려고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모아 쌓아놓은 것
·누우란 : (빛깔이) 누런
·해바라기 : 해를 계속 쳐다보는 것
·츠고 : 치고. '츠다'는 '치다'(불필요하게 쌓인 물건을 파내거나 옮기어 깨끗하게 하다)의 고어. 평북 방언.
·기르매 : '길마'의 평북 방언. 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기 위하여 소나 말 따위의 등에 얹는 안장.
·조은다 : 졸고 있다
·따사로히 : 따뜻한 기운이 조금 있게
참고문헌 : 백석 시에 나타난 문화소(文化素)의 특성, 김 숙 이(영남대학교 강사)
문화부장 김진식
kimarami2005@naver.com 2021년 10월 14일 10시 00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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