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사회는 복잡하고 빨리 변하며,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내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적응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자녀들로 하여금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인생의 무대에서 영예롭게 살아 남게 하려면, 가정은 두가지 일을 다 감당해 내야 한다. 그 한 가지는 변화에 대응하는 가능성, 기동성, 그리고 능률성을 길러 줘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구히 간직할 가치가 있는 원칙의 교육이다. 지금 우리는 전자의 교육은 비교적 잘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후자의 교육은 거의 포기 상태에 있다.

아무리 머리 좋고 공부 잘해도 삶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선수는 심판에 의해 링에서 퇴장당하고 만다. 이 원칙교육, 즉 가치관 교육이 안되어 있으면 가정교육은 부재인 것이 된다. 오늘날 부모들은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는 말하지만 그들 자신은 빈털터리와 같은 존재들이어서 자녀들에게 줄 것이 별로 없는 형편이다.

부모들이 정신 차릴 단계에 와 있다. 모든 인간 병리의 근원은 바로 가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가정이 제대로 서 있는 한, 열 번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남는 법이다. 지금 3,40대 부모들은 가정교육에 관한한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인가. 요즘 부모들은 우선 아이를 ‘어떤 인간으로 기를 것인가’에 대한 이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자녀들이 건강하고 학교 공부나 잘하면 모든 교육상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험한 사고인가. 학교 공부(이른바 점수)가 아이의 장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요즘 부모들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가치있는 공부냐 보다는 어떻게 더 높은 점수를 따느냐 따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목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인생의 원칙을 가르치지 않는다. 일생 동안 지켜야 될 원칙과, 해서는 안 되는 금단의 한계를 가르치지 않는다. 언제나 임기응변이고 미봉적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다. 아이들에게 약하고 무르다. 크게 꾸짖지 못하고 잔소리만 한다. 부모들이 도덕적으로 나약하고 신념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도 또한 그렇게 자라는 것이다.

부모들은 이기적이고 연대의식이 약하다. 제 아이 소중한 줄만 알지 대한민국 어린이가 소중한 줄을 모른다. 어떻게 하든지 잠재적인 모든 경쟁자들을 타도해서 이겨야 한다. 남을 이겨서 얻는 승리만이 진정한 의미의 승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경쟁의식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과 경쟁하기 보다는 자기의 잠재력과 겨루어야 인간은 진정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1999.02.2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