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언론 보도의 한쪽을 자리잡은 청년 홍정욱의 얘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영화배우 남궁 원씨의 외아들로 하버드를 최우수로 졸업한 당시로는 일대의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었다.

소위 ‘하버드’라는 이름이 주는 경이로움과 더불어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숨마 쿰 라우디와 토머스 홉스상의 영예를 수상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그의 자전적인 에세이인 ‘7막 7장’이라는 글을 보면 그가 보여준 결실이 결코 단순한 포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막연한 조기 유학의 붐이 일고 있다. 모국에서 자아정체성이 확립되기 전의 조기 유학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 해주길 바란다.

다시 홍정욱군의 얘기로 돌아가 보면, 그는 낯선 땅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고뇌하고, 깨달으면서 생의 순간 순간을 살아 숨쉬면서 멈추지 않고 전진했었다고 한다. 그 자신도 말하고 있지만 삶은 여행이지 목적지가 아니란 생각으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가 가끔 주변의 성공 사례를 듣다 보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뭔가를 이루고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은 좀 더 가득찬 삶을 살기 위해 보다 일찍 길을 선택하고, 그 길속에 자신의 꿈을 담고 온몸으로 붙잡으며 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극히 사소한 목적 달성에 의한 자만과 감상으로 궁극적인 목표와 도전의 용기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추억에 젖어 오늘을 멀리하지도, 내일의 헛된 망상에 빠져 현실을 망각해서도 안된다.

생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아나이 닌’과 어제를 이해하며 내일로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던 ‘키에르케고르’의 가르침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달려온 삶을 비판의 눈으로 그리고 달려갈 삶을 의욕의 눈으로 바라봐야 함은 어쩌면 음과 양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생의 반열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너무나 당연한 자세일지 모른다.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언어란 소음에 불과할 뿐이라던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멈추지 않을 자신의 삶을 향한 의지 속에는 ‘침묵의 배경’과도 조용한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사천엘리트학원장 김종백-

1999.05.3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