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씨름하는 훈련, 단 몇 개월의 훈련, 단 한명의 선수. 그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것은 고향의 자연적 조건과 강갑균 선수의 뛰어난 자질, 그리고 선수를 보는 강윤조 선생의 정확한 눈이었다.

덧붙여서 전국체전에서 획득한 이 메달은 삼천포라는 이름이 생긴 이래, 전 종목에 걸쳐 처음 획득한 기념비적인 메달이기도 하였다. 마침내 힘을 얻은 강선생은 강갑균선수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듬해 중학교 1학년들을 대상으로 수영부를 만들수 있었다.

학교에서의 지원은 없었지만 학생들을 특기생으로 인정하여 월납금을 면제해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민재봉 골짜기에 위치한 와룡저수지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시민들의 식수원이었다. 기회를 잡은 강선생은 연습장소로 와룡저수지를 선택, 훈련에 임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사실 수영대회라는 것이 해수가 아니라 담수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수영장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 담수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와룡저수지 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훈련을 포기할 수 없는 선생은 시당국에 사정을 했다. 수리 조합에도 찾아가 코가 닳도록 빌었다. 목욕을 하는 것이 아니고 수영 훈련을 하는 것이다. 식수원을 더럽히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빌고 또 빌어 마침내 사용 허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문제가 그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수영훈련을 위한 최소한의 기구도 필요했다.

고된 훈련때문에 발생하는 선수들의 이탈 문제는 선생을 더욱 고민에 빠뜨리게 했다. 학생들의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생은 선수들의 곁을 조금도 떠날 수가없었다. 여기서 급기야 학교 수업문제가 발생하였다.

학생들이 오전 수업만 마치고 훈련하려 간다고 해서 교사가 다른 동료 교사보다 수업을 작게 할 수는 없었다. 모든 수업을 오전에 마치고 저수지로 향하는 선생의 애환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람도 드물었다.

다행히 동료 선생님들이 강윤조 선생의 노고를 생각하고 이해해 주었으니 망정이지, 수영때문에 자신의 시간이 잘못 배정되었다고 따지는 경우에는 난감한 지경이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저수지에 깨진 술병을 갖다버린 사람때문에 수영을 하고 나오던 한 선수가 깨진 병을 밟아 피를 흘린 일이 있었는가 하면, 스타트 할 장소가 없어서 강둑에 돌멩이를 높이 쌓아놓고 연습을 했는데 한 선수가 너무 직각으로 꺾는 바람에 머리로 돌을 들이 받아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되기도 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2000년 4월 24일 ~ 4월 30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