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영법과 킥, 턴을 가르치기 위한 시설과 기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수지 벽면 일부를 콘크리트로 시설해 놓은 곳이 있어 아쉬운 대로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비팅 보드 하나 없는 상황은 난감한 일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사용 한 것이 못쓰게 된 책상의 뚜껑이었다. 학생용 책상 뚜껑을 반으로 자르면 나름대로 훌륭한 비팅 보드가 되었다. 그러나 이 나무 보드가 또 문제였다. 수영이 끝날 즈음이면 이 나무 보드가 물을 먹어 무겁기가 한정없었다. 이 무거운 것을 들고 4㎞나 되는 시내로 내려 와야 할 일이 감감할 지경이었다.

꾀를 내어 비팅 보드를 숲이 어거진 곳에 숨겨 두고 다녔는데, 어느날 하나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동네 사람들이 가져가서 불쏘시개로 사용해 버린 것이다. 난감한 일이었다. 와룡저수지 가는 길은 또 얼마나 멀었던가. 지금처럼 차가 흔한 시절이 아니었다. 와룡골에 가는 버스는 더욱이 없던 시절이었다.

문선초등학교 수영부가 창단된 뒤, 초등학생까지 데리고 가는 일은 더욱 멀고도 힘든 일이었다. 수영선수의 조기 교육을 위해 문선초등학교에 수영부를 창단 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듯이 해서 창단은 했지만 암만해도 갯가에 사는 아이들이 물에 접하는 기회가 많다는 판단에 따라 팔포 학생들을 중심으로 창단된 팀이고 보니 팔포와 와룡저수지는 바로 극과 극이 아닌가.

선생의 원고에서 나오듯이 의지가 뚜렷하지 못한 학생들은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고, 여름방학 때는 놀러 가지도 못하고 훈련을 해야하는 고된 날들을 못이기고 탈락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가정 방문을 하고 한편으로는 다독거리기도 하고 평소 농담을 잘 하지 못하던 선생은 농담까지 하면서 학생들을 달랬다. “어제 장날이니까 혹시 모른다, 누가 가다가 돈이나 흘렸는지. 잘 보고 가라이.”

학생들은 정말 10원짜리 하나라도 흘렀는가 싶어 와룡골 올라갈 때까지 땅만 보고 올라간 적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로 쉽게 도착했다고 강석순 선생은 회고한다. (다음호에 계속)

-2000년 5월 1일 ~ 5월 7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