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자유수호백일장 수상작품(2)

그들이 지금 긴 시간의 강을 건너 우리에게 오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 왔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그 동안 긴 강을 건너 가고 있었다.

그 길고도 험한 길을 건너 가는 동안
많은 시련과 수 많은 가시밭길을 건너 갔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
그 하나로 지금의 긴 강을 건너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긴 강의 끝에 와 닿았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이제 그들을 기다릴 일 만이 남았다.
그들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아줄 일 만이 남았다.

이젠 그들이 우리가 건너온 강보다
훨씬 길던 시간의 강을 건너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우리에게 오고 있다.
<중등부 운문 장원 사천여중 1-3 이영롱>

강물에는 휴전선이 없다

강물은 낮은곳으로만 흘러간다. 처음엔 한낱 물줄기였대도 나중엔 겉잡을 수가 없어 인력으론 막을 수가 없다. 움켜쥔다고 잡히지 않고, 가로막는다 해서 쉬 멈추지 않는 강물은 거대한 성도 막힘없이 흐르는 살아 숨쉬는 생명이다. 북에서 흘러온 강물은 그들을 전한다.

그 때문에 소년예술단의 방문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모두가 기대했던 평양학생예술단의 공연. 나 역시 TV로 지켜보았다. 예술단원 78명은 자신들의 공연이 통일의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의지로 열과 성을 다해 공연일을 늦춰 가면서까지 공연준비를 하는 그들의 진심어린 모습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단원의 최연소자가 8세 여자어린이인 만큼 단원의 거의 대부분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짐을 내려 놓기가 무섭게 아무도 시킨 적 없는 연습을 시작했다.

공연 첫날…, 사회자의 표정은 흥분되어 있었다. 2천2백여석을 메운 관객들의 표정에도 흥분과 기쁨이 사회자의 표정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손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도 감격이 묻어났다. ‘반갑습니다'라는 북한가요로 시작해 인형의 움직임을 닮은 ‘제일 고운 옷’ 쉴 새 없는 장구와 북, 꽹과리 연주에 상모돌리기가 곁들여진 장고재주 ‘승전고를 울려라’를 비롯해 공연내내 사람들은 흥분하며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9세 여자아이가 부르던 ‘고향의 봄’ 그 노래를 그들도 알고 있다니…, 우리는 아직도 하나였었다. 그들이 떠나는 마지막 날. 리틀엔젤스와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다 울먹이는 모습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없는 약속이 배어 있음을 나는 보았다.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금 그어진 땅, 저 북쪽으로 되돌아 갔다. 그들을 이제…,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오갈 수 없는 그 땅을 강물만 흐르고 있다.
<중등부 산문 장원 남양중 1-1 오정은>

-2000년 6월 26일 ~ 7월 1일자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