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수들을 위한 수영장이 생기기 전에 먼저 만들어진 수영장이 하나 있었다. 한전 아파트 수영장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을 위한 수영장이 될 수는 없었다. 20m밖에 되지 않는 풀장에다 레인도 없었고 한전 직원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수영장을 선수들이 차지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사용한 수영장이었다. 레인 대신에 어망과 어구를 사용하여 칸을 지르고 연습을 했다. 삼천포 수영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수영장이었다.

1985년 12월 6일 드디어 역사적인 수영장 기공이 이루어졌다. 비록 야외 수영장이지만 얼마나 갖고 싶었던 수영장인가. 평생을 수영에 바친 강윤조선생이 바라고 바란 일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해, 강윤조선생이 돌아가시기 2개월 전인 1986년 9월 13일, 비록 야외 간이 수영장이긴 했지만 선생의 숙원 하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수영장도 굴절의 역사를 가졌다. 겨울에 연습을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바람이라도 불 양이면 낙엽이 수영장을 덮어서 수영장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수영장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뜬 이후, 4년에 걸쳐 지금의 수영장이 마련되기까지 지붕을 덮고, 전기를 넣고 난방시설을 해 나온 각고의 세월은 강윤조선생의 인생역정을 보여주는 과정과 너무 닮았다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정도의 수영장으로 한국수영의 메카라는 지역을 대표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영광에 걸맞는 수영장을 갖추기는 해야 했지만 이부영코치의 혼자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부영 코치는 힘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1987년 11월 자신이 직접 회장이 되어 삼천포 수영동문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후배들을 모았다. 선배들도 연락이 되는대로 동참을 권했다. 수영을 아는 사람이 이해하고 도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강창민(2대회장) 김효종(현회장)후배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운동 선후배의 끈끈한 정을 모아 지역수영을 위해 호주머니를 털었다. 거의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가 살지만 삼천포수영과 강윤조선생의 일이라면 열 일 제쳐놓고 달려오는 동문들이었다.

드디어 수영연맹을 발족 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수영을 한 동문들의 보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0년 7월 3일 ~ 7월 9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