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지역민들이 겪고 있는 태풍 피해의 고통을 외면하고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사실에 대하여 분노를 금치 못하며, 이들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우리 지역은 근년에 보기 드물었던 강력한 태풍이 두 차례나 잇따라 통과하는 바람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피땀 흘려 가꾼 벼들이 쓰러지고, 과일이 낙과 피해를 입었다. 풍마가 휩쓸고간 자리에는 쓰러진 곡식뿐 아니라 할퀴고 생채기 난 농부들의 가슴이 남아있다.

이러한 농부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할 시의회 의원들이 시민이 낸 세금을 써가며 금강산 관광을 떠났다는 것은 절망으로 쓰러진 농민들의 가슴팍을 구둣발로 짓이기는 행위와 다름없다.

더구나 도의회와 인근 시군 의회의장 선거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실이 발각되어 의원들이 쇠고랑를 차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때가 아닌가? 어느 때보다 의원들의 자성과 자숙이 요구되는 이러한 시기에 태풍 피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지역민을 버리고 관광길에 오르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들이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할 시민의 대표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해당 의원들은 모든 시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라!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방의원들의 연수를 빙자한 관광여행이 완전히 사라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작년에 사천시의회는 2천만원정도의 예산을 들여 일본을 다녀왔다. 물론 명목이야 관광선진지 견학이었지만, 전문성을 가진 관계자 몇명만 가서 배워와도 될 곳을 의회의원 전체와 수행공무원까지 수십명이 때지어 다녀온 것은 누가 보아도 연수보다는 관광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올해 또다시 자매결연도시 초청방문과 기업체 초청방문 명목으로 4천여만원의 예산을 잡아놓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더군다나 상대가 경비를 대야할 초청방문에 어떻게 4천여만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가? 사천시의회는 해외여행 예산을 다른 용도로 돌릴 것과 앞으로 관광성 연수를 지양하고 최적인원, 최소경비의 원칙을 지킬 것이며, 경비 집행내역과 성과를 시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할 것을 약속하라.

더불어 우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사천시장의 주먹구구식 선심성 예산집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돈 1만원이 나가도 시 금고에서 나가는 돈은 용도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사천시는 이번 금강산 관광에 세부 집행계획은 알아보지도 않고 ‘세미나’ 명목으로 9백만원을 지원했다. 우리 시민들은 선심 쓰듯 뭉텅이로 던져주라고 세금 내지 않았다. ‘혈세’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2000년 9월 23일

= 참가단체: 사천시의정지기모임, 사천환경운동연합, 사천YWCA, 사천민주단체협의회(사천시농민회), 전교조사천시회, 사천축협노조, 사회보험노조, 사천지부, 참교육학부모회 사천지회, 사천민주시민의 모임, 삼천포사랑청년회, 사천청년모임 -이상무순-

2000.09.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