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도요지의 역사적 규명 및 화전리 출신도공 김전계에 대한 사료(史料)가 사천문화신문사의 김남진씨의 5년동안의 노력끝에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에 관한 내용들을 김남진씨의 원문을 통해 자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2000년 7월 11일 3박 4일의 일정으로 필자는 우리지역 소설가인 정동주씨와 함께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국 후쿠오카현 아카이 시에 있는 ‘아가노야끼’의 원류인 십시요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열도에 천하의 7개 가마 중 하나인 ‘아가노야끼’ 그 원 족보는 우리 사천시 사남면 구룡도요지에 있었기에 필자의 5년여에 걸친 피나는 노력 끝에 힘들게 여비를 마련하여 일본속에 존재하고 있는 사천 사남 구룡도요지의 후손들을 찾아 일본 후쿠오카를 찾아가게 된 것이었다.

1592년 이 나라를 전쟁의 비극속에 몰아넣은 7년여의 임진왜란. 그 전쟁을 일명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한다. 그 때 당시 수많은 도공, 기술자, 양민들이 피납되었는데 특별히 조선 도공들이 이룬 문화는 오늘의 일본이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은 도공들을 끌고가서 각 다이묘에게 소속시켜 도자기를 굽게 했는데 사가의 나베시마번 후쿠오카의 구로다번, 부젠의 호소카와번, 사쓰마(?)의 시마즈번, 히젠의 오무라번, 히라도의 마츠우라번, 나가노의 모우리번 등의 다이묘들이 오늘날 전해지는 일본 도자기의 7대 원류인 것이었다. 그 중 아주 특별한 가마의 역사를 가진 곳이 바로 아가노야끼였다.

그것은 아가노야끼를 개조한 조선도공 김전계(金奠階)라는 사람의 흔적이 아주 특별했기 때문인데, 일본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김전계는 향리가 사천현 십시향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 끌려간 조선도공 중 가장 물레질이 뛰어난 기술자였으며 찻잔을 포함한 일반 생활잡기 등을 다 만드는 도공으로 현재 일본의 도공 역사속에 ‘신비의 인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역사에 신비의 인물로 전해지는 김전계는 바로 우리지역인 ‘사천시 사남면 화전’ 출신임이 밝혀졌으며(옛 지명 보지골 한자로 十時) 조상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그 가마터는 구룡도요지임이 필자의 확인 결과 밝혀졌다. 필자가 발견하여 5년여의 세월동안 연구하고 추적해온 이 가마터의 역사는 이제 400년만에 그 진실의 신비를 당당하게 우리 모두에게 공개할 것이다.

지난 7월 11일 필자와 소설가 정동주씨는 구룡도요지의 후손인(김전계의 13대 후손) 십시요의 주인 도도께카이지(十時開次)를 공식 방문했다. 일본에 김전계가 끌려간지 만 407년만에 고향에서 그 흔적을 가지고 간 필자가 김전계의 후손을 만난 날이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방문한 외지인에게 김전계의 13대 후손 도도께카이지씨는 본향에서 온 우리들에게 자기집 족보와 그간의 집안내력, 일본정부가 경남도지사에게 특별히 요청(1984년)한 공문서, 이지역 향토사학자였던 김삼조씨가 김전계를 찾기 위해 올린 보고서 등을 모두 공개했다.

일본땅에 끌려간 400여년을 살아온 한많은 집안내력을 접하면서 그리고 ‘사천현 십시향’을 찾기 위해 노력한 그 후손이 공개하는 집안 내력은 그 세월만큼이나 유장한 것이었다. 필자가 발견한 가마터의 흔적을 가져간 사진으로 확인하며 400년전에 조상 김전계가 구운 옛 그릇과 파편들을 확인하여 구룡도요지에서만 많이 발견되는 녹유계통의 그릇과 파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현장을 접하면서 필자는 400년만의 만남이 엊그제 일마냥 준비되어 있었다는 전율과 경악, 흥분과 놀라움, 기쁨으로 가득찼다. 그토록 벼르고 벼른 끝에 일본행을 감행했던 그간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전계는 정확히 1593년 겨울, 일본 왜장 모리이키노가미 가츠노부에게 70여명의 도공들과 함께 일본 카라츠에 끌려갔다. 옛날 당나라와 교역하던 창구라 하여 ‘당진’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몇년동안 살다가 우연히 일본다도의 창시자인 센리큐스님의 제자 중 한사람인 고호리엔슈에게 발견되어 당시 일본 성주들의 보물로 취급되던 ‘이도다완’을 만들 유일한 도공으로 점찍혀 그 유명한 호소카와 산사이에게 소개되어 김전계는 1602년 일본 후쿠오카 아카이시에 천하의 7대 가마중 하나인 ‘아가노야끼’를 같이 끌려간 사천 도공들과 함께 개요하게 된다.

이것은 김전계조상이 이도다완을 만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호소카와는 센리큐의 일곱제자 중의 한사람으로 무사 출신 다이묘 중 유일하게 지식인이자 차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김전계는 호소카와 번주밑에서 ‘이도다완’을 재현하기 위해 조선에 다시 건너가(1593년) 흙과 유약을 가져온다고 일본기록은 적고 있다.

호소카와의 특별한 총애속에 김전계는 조선 이름을 버리고 ‘아가노키조 다카구니’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사무라이 계급을 부여받아 15석(石) 녹봉과 토지, 하인을 거느린 사람으로 변모하면서 그때부터 사천도공시대인 ‘아가노야끼’ 가마역사를 시작했다.

김전계의 자식은 3남 2녀였는데 1녀는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고 현재 가업을 잇고 있는 후손은 큰아들의 직계아들인 아가노 사이스케(11대)와 아가노 히로유키(12대)가 현재 일본 구마모도에서 상감기법을 최초 도입한 명문가문으로 자리잡아 가업을 계승하고 있으며, 김전계가 개요한 아가노야끼에서는 3남의 직계 자손인 도도께 카이지(13대)씨, 딸의 자손인 와타리큐베에(11대), 와타리 히토시(12대)씨가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아가노야끼 개요 400주년 행사(2002년)를 앞두고 아가노야끼를 전국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NHK방송을 비롯한 전 언론매체, 각 기업등이 참여한 거대한 기념행사를 우리측과 협의하기 위해 지난 7월 29일 아카이 시의원 곤야 손이찌씨가 직접 찾아와 필자와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이 행사는 한일고대사 문화교류에 초점을 두게 되는데 앞으로 행정차원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오는 11월 5일 김전계의 후손 중 도도께카이지씨와 와타리큐베에씨가 자기 조상 김전계가 살던 고향 화전과 구룡도요지를 방문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김혁규 경남도지사에게 공식 보고되어 경남도의 자금지원과 지사의 큰 관심속에 400년만의 귀향을 준비중에 있다. 400년만의 귀향.

이 귀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특히, 와룡문화제의 축제가 끝나는 시점인 11월 5일 고향방문을 하는 이날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전시민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400년의 귀향을 반겨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