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흥사의 영산재
와룡산 향로봉 중턱에 위치한 운흥사. 천년 고찰로 현재는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 50여 말사중 사세와 규모가 비교적 큰 수말사에 속하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사찰은 임란때 병화로 소실된 것을 효종 2년(1651)에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운흥사의 사적중 주목할 만한 것은 임진왜란때 이 지역 승병의 본거지였다는 점이다. 사명대사의 지휘아래 6,000여명이 운흥사에 머물렀으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수륙 양면 작전 논의차 세번 방문하였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운흥사는 임란 때 국난 극복을 위해 왜적과 싸우다 숨진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국태민안을 위한 영산재를 숙종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음력 2월 8일에 지내고 있다. 임진왜란사의 기록에 의하면 전쟁 중 이날 가장 많은 승군이 전사했다고 한다.

■ 영산재의 의미와 기원
요즈음에는 죽은 이를 천도하기 위한 재를 많이 행하고 있는데 이를 천도재라고 한다. 오늘의 영산재는 상주권 공재, 각 배재 등과 같이 영혼 천도의식의 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지만 원래의 영산재는 영혼 천도를 위한 의식일 뿐만 아니라 영산 법회를 상징하는 불교의식을 뜻한다. 영산재란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의 설법모임을 뜻하는 영산회상을 상징화 한 의식의 한 형식이다. 영산회상의 상징화란 석가모니불의 설법장에 모인 모든 중생이 환희심을 일으키고 법열에 충만된 분위기를 오늘에 재현한다는 구성내용을 말한다. 그런데 영혼천도의식에서 뿐아니라 다른 불사에서도 영산 법회를 상징한 의식을 행하면 이를 영산재라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산재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인 ‘괘불’을 야외괘불대에 모셔놓고 구국의 일념으로 죽음을 불사하며 왜적을 무찌르다 장렬히 전사한 임진, 정유 양난의 호국 선열들과 유사이래 여러 전란에서 산화해간 님들의 극락세계로의 상품상생(上品上生)을 축원하고 모든 생명들의 상생적(相生的) 삶을 발원하는 불교에서는 석가탄신일 만큼의 큰 의미를 두는 행사이다. 기원을 살펴보면 영산재를 구성함에 있어 기본 요건이 되는 범패는 「삼국유사」나 쌍계사 진감국사 비명을 통해서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영산재의 목적이 되는 영혼 천도 등의 불교 의례도 이미 신라시대부터 있었음을 「삼국유사」의 「월명사조」나 「조선 금석 총람」 「자각 대사 입당 구법 순례기행」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오늘에 전하는 영산재의 구성 내용은 조선 중기에 증보편찬된 「범음집」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의 부분적인 요소들이 「고려불적질」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의식불교가 가장 성행했던 고려시대에도 영산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