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괘불의 의의
- 괘불 탱화
불교와 함께 전해진 불교 미술 가운데 불화는 중국 육조(六朝)의 양식이 전해지면서 수용, 발전되었다. 불화(佛畵)의 종류로는 벽화, 탱화, 경화, 판화 등이 있다. 고대부터 뿌리가 깊은 불교는 탄압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다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불교 문화의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여 수많은 사원들이 복원, 중수되면서 많은 불화들이 조선시대의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제작되었다. 현재 서울, 경기지역에는 괘불의 수효가 적고 제작연대도 떨어지는데 비하여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에는 보다 집중적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외에 괘불을 사용하는 나라로는 티벳과 몽고를 들 수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아플리케(applique) 또는 수를 놓은 괘불을 사용하고 있다.

■ 괘불의 성격과 양식
괘불은 원래 행하고자 하는 법회나 재(齋)의 성격과 의식의 종류에 따라 거기에 알맞은 내용을 봉안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면 영산재에는 영축산에서 진리를 설법하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려진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모신다. 이는 장수와 극락정도를 기원함이다. 예로부터 크나큰 재가 있을 때는 괘불이 사용되었다. 각 사찰의 대웅전 석가모니불의 후불탱화는 ‘법화경의 변상’을 압축 묘사한 영산회상도로서, 재의 규모가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특별히 야외에 단을 설치하고 괘불석주나 괘불대에 내걸곤 하였다. 야외에 괘불이 걸려 있으면 그 절에 큰 법회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운흥사의 괘불과 의겸스님
임란후에 운흥사는 불가의 화원 양성소로 이름을 날렸으며 마침내 영조때 불화를 잘 그리기로 소문난 의겸을 배출하였다. 의겸은 현존하는 불교회화 중 가장 많은 걸작품을 남긴 화사(畵師)이다. 의겸의 괘불 그림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존의 배경으로 귀 모양의 광배에 화염문을 그리고, 주존불의 가슴에는 반드시 붉은 색으로 만(卍) 자를 그렸으며, 살색에는 반드시 회백색을 썼다. 현재 운흥사 소장 괘불은 가로 8.18m, 세로 12.72m에 이르는 조선 후기 불화 중 가장 크고 우아한 것으로 영조 16년(1730)에 의겸을 비롯한 20여명이 함께 그린 것으로 전해온다. 석가여래를 중심에 두고 양쪽에 각각 세 분의 부처가 서 있는 형상으로, 뒷면에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진언(眞言)과 영조의 어언(御言)이 새겨져 있다. 이 괘불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세 번이나 삼천포 앞바다로 옮겨 배에 실었으나 심한 풍랑이 번번이 일어 결국 실패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특이할만한 것은 운흥사 소장 괘불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높다. 현재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61호 이다. 앞으로 국가 지정 승보 문화재로 승격 추진 중이다. 우리모두 사천, 고성 지역에 국보 문화재가 탄생하길 다함께 기원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