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담배 소비감소와 흡연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등으로 궁지에 몰린 다국적 담배기업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담배시장 개방정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 이들 기업의 생산공장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담배시장을 파고들 경우 국내 시장의 급속한 잠식이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담배제조시장 개방이 국내 담배산업과 국가·지방 경제에 미칠 영향과 충격, 다국적기업 투자계획의 허와 실 등을 짚어본다. 담배사업법 개정으로 7월부터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제조독점권이 폐지됨에 따라 다국적 담배기업들이 앞다퉈 국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던힐’을 생산하는 세계 제2위의 다국적 담배기업인 BAT(British American Tobacco)는 200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 경남 사천의 진사공단에 연간 80억개비(4억갑)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또 ‘말보로’로 세계 담배시장을 석권한 필립모리스와 일본의 재팬타바코도 국내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노리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담배소비가 감소추세에 있는 데다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때문에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어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필립모리스 등 미국계 3개 담배회사는 흡연관련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려 작년 1심에서 법원으로부터 1,450억달러(188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담배회사들은 결국 항소심 결과와 상관없이 7억1,000만달러(9,230억원)를 지급하기로 지난 5월 피해자들과 합의했다.

외국회사의 제조공장이 국내에 들어설 경우 외산담배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9월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국 담배회사의 제조공장이 자국내에 없는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 10개국의 국산브랜드 시장점유율은 72.2%에 달한 반면 제조시장을 개방한 브라질 등 12개국의 국산품 시장점유율은 14.7%에 불과했다.

제조시장이 개방된 국가에서 BAT와 필립모리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2%와 30.5%에 달해 사실상 이들 두 회사가 담배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외산담배의 시장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9%에 그쳤던 외산담배 점유율이 99년 6.5%, 2000년 9.4%로 뛰었다. 특히 올 들어서는 급증세를 보여 8월말 현재 14.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려대 이만우(경영학) 교수는 “담배는 브랜드의 영향력이 높고 소비성 기호상품이어서 한번 시장을 잠식당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제조원가가 낮기 때문에 시장을 잠식당하면 거액의 외화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 담배회사들의 판매촉진 전략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주요 판촉 대상으로 청소년들을 겨냥하고 있어 ‘국내 청소년 흡연인구 대폭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연세대교수·예방의학)회장은 “외국 담배회사들이 막강한 자본과 축적된 판촉 기술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더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본 내용은 한국담배인삼공사 사천지점이 제공한 것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