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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송량 시인의 '사천문학의 어제와 오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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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천문학의 대두
사천문학의 큰 산맥으로 한시문학(漢詩文學)인 팔문장(八文章)을 들어도 과히 손색이 없을 것이다. 팔문장은 계축년(1833년) 소춘(小春)에 쌍양사 서문에서 “시를 지어서 노래하는 선비들이 찬연히 일어나 시사(詩社) 남승사(南昇社)를 만들어 인근의 여러 고을에 빛을 던지더니 다시 또 쌍양사(雙陽社)가 뒤를 이어 일어나더라." “뒤에 오는 문인들로 하여금 이 일을 알게 하고 시작의 경위를 알림에 족할 따름이니 누구도 이를 과장하고자 글을 짓는 것은 아니로다. 다만 그 뜻이 오래오래 가기를 바랄 뿐이려니."(삼천포시사 문학편 1145~1146쪽)하고 비록 한문이지만 줄기차게 문학활동을 일제하에서도 활동하였으며 본시 정동면 출신 운화 목태림(1843∼?) 이 한국적인 사유(思惟)에서 나온 한문으로 많은 작품활동을 해 오고 있었을 뿐 한국문학사에서 일컫고 있는 신문학운동기에는 이렇다 할 문학가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학사상 최초의 신체시(新體詩)는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이 1908년에 쓴 좧해에게서 소년에게좩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때에도 신체시를 쓰던 사람은 우리고장에는 없었고 1919년 3·1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그 무렵에 유행했던 창가(唱歌) 형식의 가사(歌詞)가 1925년경 우리 고장에 설립된 삼천포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김남주(金南柱)라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는 매번 월급봉투를 헐어서 그 무렵에 발간되던 월간 잡지인 '소년(少年)' '개벽(開闢)' 등을 구입하여 우리고장의 청소년과 어린이 등에게 고루 나누어주면서 독서운동을 펴고 있었다. 김남주는 한 2년쯤 뒤에 서울로 올라가서 동화(童話)와 동시(童詩)를 써서 아동문학가가 되었다는데 아쉽게도 오늘날 그가 남긴 작품이 전하지 않는다.
그가 떠나고 난 뒤에 우리고장에는 독서운동의 연장으로 야학(夜學)운동이 일어나는데 이 야학 운동은 김남주 영향을 받아 문학을 지망하던 청년 박대준(朴大俊)이 주축이 되어 일어났던 것이다. 당시 박대준은 노동야학교(勞動夜學校)의 가사(歌詞)를 지어서 교가(校歌)로 부르게 하였는데 이 노동야학교 교가가 우리 고장에서는 처음으로 지어진 신체시(新體詩)의 효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그 가사를 옮겨 보는데 이 교가는 박건 시인의 백부이신 박대준이 지은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 가사를 보면
노동야학교 교가
박대준(朴大俊) 작사
갈귀 소리와 품꾼 노래에
오늘 하루 해 다 넘어간다.
남의 터에 사는 동무네들아
밤동산 저기 배우러 가자
밤일지라도 배워야 한다.
우리의 글을 알기 위하여
낫과 괭이를 든 동무네들아
밤동산 저기 배우러 가자.
이 노동야학교의 가사는 그 가운데 ‘남의 터에 사는 동무네들아’라는 구절(句節)이 일제(日帝)당국에 의해 말썽이 되어 끝내는 야학교가 폐쇄되고 마침내는 독서회(讀書會)마저도 탄압의 대상이 되었으니 이것이 모두 암울했던 일제의 식민지통치(植民地統治) 시절의 참담한 기억들이다.
이 무렵 우리고장 삼천포 지역에는 한 사람의 문학청년이 있어 꾸준히 신문학의 맥(脈)을 잇고 있었으니 그가 다름아닌 우보(牛步) 박남조(朴南祚)였다. 그는 진주사범학교를 나와 당시는 신수동(新樹洞 : 현재의 신수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동요(童謠)와 동시(童詩)를 써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중앙일간지에 투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1930년 박남조가 조선일보에 발표한 시(詩)에는 '님 생각'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또 그는 1938년 동아일보의 신춘문예에 '젊은 개척자(開拓者)'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응모하여 입선(入選)한 적도 있었다. 그는 그 후로도 꾸준히 작품을 써 왔으며 일생동안 써 모은 작품을 묶어 1979년 1월에 7순(七旬)의 나이로 처녀 시집(處女詩集) 『바닷가에 살면서』를 펴 내었다.
이밖에도 오랫동안 우리고장의 도서지방을 돌면서 직접 채록한 민요를 모아서 좬박남조 민요집좭을 발간하였다. 그는 우리고장을 사랑하였고 문학을 사랑하면서 생활하였고 문화재보호협회 회장직을 맡아 오면서 문화재 애호에도 남다른 관심을 지닌 분이었다. 여기에 그의 시 한편을 그의 시집 가운데서 뽑아 싣거니와 일제의 암흑기에 혼자서 외로이 지켜온 우리고장의 문학을 조명해 보는 마당에 결코 그의 공적이 적지 않았음을 아울러 밝혀 두는 바이다.
섬 이야기는 1930년 조선일보에 발표된 시임을 첨언한다.
섬 이야기
신두섬(신수도) 구루섬(늑도) 님그립고 물그린 곳
전라도 칠산(七山)바다 수로천리(水路千里) 떠나신 님
진종일 기다린 소식 지난 꿈이 날속여
봄보리 누르르면 큰기(旗) 달고 오신다네
보리누름까지라면 여든이라 일곱 밤을
보리야 어서 누르라 우리 님 어서보게
박남조가 혼자서 외롭게 지켜오던 일제하의 우리 고장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서 얼마동안 둥지를 틀고 있었으니 그는 초정(草汀) 김상옥(金相沃)이었다. 그가 우리 고장에 머문 기간은 비록 짧았지만 우리 고장의 문학풍토(文學風土)에 끼친 영향만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1940년대의 초기, 이때는 일본제국주의의 말기적 증후가 극에 도달해 있던 시기였다. 그들은 내선일체(內鮮一體)의 허울좋은 구호 아래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송두리째 말살해 버렸고 그 때문에 우리의 문화는 한동안 고사상태(枯死狀態)에 빠지고 우리의 문학도 상당 기간을 잠적(潛跡)해 버렸던 것이었다.
고향이 통영인 김상옥은 1939년 당시의 문예지(文藝誌)인 '문장(文章)'에 시조(時調) '봉선화'로 추천을 받았고 이듬해 동아일보의 신춘문예에 '낙엽'이 추천되어 시조시인이 되었으며 일제하에서 사상범으로 수감되기도 했다. 김상옥은 사상범(思想犯)으로 일본 경찰의 추적을 받던 중 우리 고장에 숨어 살면서 낮에는 도장방에서 도장 파는 일을 하고 밤에는 길거리에서 행상을 하는 등 철저히 신분을 위장하고 지내면서 문학수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훗날 시인 박재삼의 스승이 되면서 우리고장에 시문학의 싹을 튀우는 밑거름이 되었으며 시조시인으로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좧봉선화좩가 실리기도 했다. 그의 시조(時調) '봉선화'는 다음과 같다.
봉선화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만발하여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고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사진>
최송량 시인. 2001년 12월 03일 11시 49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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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