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담바라 꽃이 피었다고 소문난 사찰로는 97년 7월 경기도 광주군 도척면 우리절에 24송이, 충남 계룡산 광수사에 2,000년 7월 7송이, 경기도 의왕시 청계사에 2,000년 10월 21송이, 서울 관악산 연주암에 2,000년 10월 14송이, 그리고 금년 7월 우리 고장의 세계 최대의 와불로 소문난 백천사 산신각 산신 왼쪽 새끼손가락에 5송이, 그밖에도 미쳐 알지 못한 곳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다솔사 대양루의 법고에 지난 7월 2일 오후 객승이 법고 연습을 하다가 상단부에 7개의 작은 식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우담바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년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우담바라가 과연 인도의 전설에 나타나는 삼천년 만에 꽃을 피운다는 상상의 꽃이냐 하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선뜻 동의하려 들지 않는 것 같다. 식물학상의 우담바라는 뽕나무과의 교목인 무화과 속에 딸린 한 종류로 지금도 인도 스리랑카 등에 자생하며 열매는 식용으로 잎은 사료로 쓴단다. 실제로 이 꽃은 꽃받침에 가려서 꽃이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은화식물이어서 삼천년 만에 한 번 핀다는 속설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는 이 우담바라가 석가여래의 재림이나 전륜성왕이 나타날 때의 꽃이냐를 따지기 위해 과학적 접근을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미 한국 불교 대사전에는 풀에 잠자리의 난자가 붙은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백과사전도 이와 유사한 풀잠자리 알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식물학적 해설로는 점균류로 곰팡이의 한 돌연변이종일 가능성으로서 현미경으로 분석하여 유전학이나 면역학 기법을 동원하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아서라, 그건 불심 부족한 중생의 호기심일 뿐이리라. 딱히 과학적 호기심을 만족하지 못해 가려움이 있다면 ‘우담바라가 자라는데 인도의 열대 우림의 습도가 필요했듯이 법당 등에서 염불하고 합장 배례하는 뭇 신도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입김과 수많은 염원이 켜켜이 쌓여 우담바라의 자양분이 되었을 터' 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것. 오래지 않아 법당이 아닌 여염집 기둥이나 부엌의 쓰지 않는 밥솥 따위에 유사한 우담바라가 발견되지 않는 한은 말이다.
동리 선생의 등신불의 창작배경이 반드시 다솔사라는 과학적 증거를 밝히는 일이 호사가의 입방아 만족으로 치부하려는 필자의 저의가 우담바라의 과학적 접근과도 유사하다는 자못 무리한 비유를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는지.
중국 양자강 북쪽 정원사의 태허루가 아닌 우리나라 다솔사의 대양루를 돌아 나오며 명작의 산실은 크고 멀리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시의 고금 장의 동서를 따질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명작은 싹틀 수 있음을 확인하고, 적멸보궁 돌계단을 내려서니 방장산에서 내리 부는 골바람이 등뒤로 시원한 석양, 선생이 가르친 광명학원 자리 사진 한 장을 찍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길은 왠지 허허로웠다.
이쯤에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동리 선생이 생존했더라면 우리 문학회에서 선생을 초대하여 문학강연회를 열고 명작 등신불의 창작 배경과 작가의 진솔한 체험담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울러 선생의 젊은 시절 우리고장 사천의 인상과 당시 생활의 애환과 일화들을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子欲養而親不待하고 후회는 앞서지 않는다더니 아, 선생이 타계한지 6년이나 지난 지금 이런 아쉬움만 남으니 애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