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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비판자요 적극적인 참여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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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인이자 진주문인협회회장을 맡고있는 박노정 시인이 [마루문학] 21호 첫머리인 '권두에세이'로 기고한 것으로 욕망의 포로가 되어버린 작금의 인간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그 속에서 고뇌하는 문학인의 자세와 문학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 있다. 본지는 박노정 시인의 승락하에 건전한 사회발전을 기원하면서 이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멕시코 영화 ‘아모레스 페로
스'(Amores Peros, 개 같은 사랑이라는 뜻)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개들의 충고가 담긴 영화다. 개들은 서로를 갉아 먹는 인간을 조롱하게 되고 결국은 개가 돈의 노예가 된 인간의 목덜미를 물어 뜯게 된다.
개보다 못한 인간! 결코 처음 들어보는 얘기는 아니지.
암 정복을 눈앞에 두고 인간 배아 복제 성공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는 인간들이 한낱 욕망의 포로가 되어 곤두박질하다 못해 급기야는 개에게 목덜미를 물어 뜯기는 조롱까지 당하다니.
고려대생 2명중 1명은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을 택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고대신문'이 고려대생 259명과 중국 베이징대, 프랑스 파리대, 일본 쓰쿠바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등 7개국 16개교 대학생 35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고려대생 중 ‘모국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30%로 프랑스(80%), 러시아(79%), 캐나다(76%), 중국(73%), 일본(49%)의 대학생과 큰 대조를 보였다고 한다. 모국을 택하겠다는 비율이 높은 나라의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문화의 고급'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국 청소년들의 어른 존경심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17개국 중 꼴찌[올해 초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아태지역 사무소(태국 소재) 설문조사에서)라고 한다.
드러난 건 패거리 싸움질이요, 지역갈등에, 먹었다면 수십, 수백억을 삼킨 얘기들이니 도대체 누가 누굴 존경한단 말인지. 무슨 부패지순가도 최하위 수준이지 아마.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저리도 많은데 삶의 질을 논하자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9·11 테러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애국심을 불태우고 있는 미국인 가운데 사회 비평가이며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폭격은 테러보다 더 심한 범죄"라고 소신을 밝혔다. 미국은 과거 수차례에 걸쳐 다른 나라를 공격했고 국제법 위반 사례도 잦았기 때문에 테러 세력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CNN 방송 본사 앞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CNN 보도가 ‘반쪽'뿐이라면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수백만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참상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외쳤다. 미국의 힘은 바로 이런 데서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문화가 강해야 나라가 흥한다는 당연한 얘기를 들은 지 오래다.
국가 시책도 문화 국가 건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화의 세기'라는 구호도 벌써 질리게 된다. 무슨 해, 무슨 달 하면 오히려 소외감을 더 느끼는 것이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이 아닌가. 문화가 생활화되어 있는 나라와 패거리 문화로 왁자한, 빈 수레만 요란한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먼 데서 오는 소외감이다. 등단까지 뒷돈이 좌우한다는 얘기가 들려도 정작 문학 동네는 너무 조용한 건 아닌지. 무성한 말 끝에도 달라지는 꼴을 볼 수 없다면 문학은 무슨 문학!
그런 의미에서 문화의 앞선 소리꾼인 문학인이야말로 책임감이 막중하다. 방관자가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자요, 적극적인 참여자로 말이다.
우리의 문화 정책은 제 길을 가고 있는가? 반문화적인 작태를 가장 아파하며 고뇌하는 문학인이 그립다. 또다시 삶의 목적이 뭐냐고 외치는 문학인이··· 문학인으로 산다는 것이 때로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존심을 갖는 일은 자기 확립의 철저한 기반에 바탕을 두는 것이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만은 아닐 성 싶다.
2002년 02월 18일 11시 29분 / 사회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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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