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산 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과 첫 경기를 갖게 될 폴란드 대표팀의 엥겔 감독과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반복되고 있는 ‘개최국 징크스’에 떨고 있다.
폴란드 대표팀이 월드컵 개최국과 맞붙어 지금까지 승리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이상할 만큼 개최국에 대해 악연을 갖고 있는 것.
처음으로 괴담이 시작된 것은 74년 서독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부터 승승장구한 유럽축구의 변방 폴란드는 ‘폴스카 돌풍’을 일으키며 8강까지 진출, 월드컵 이변을 예고했다.
하지만 폴란드는 2차 리그전 B조에서 개최국 서독의 게르트 뮐러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배, 조 2위로 아깝게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시 월드컵은 16개 팀이 참가,4개 조별 예선을 거친 후 조별 1,2위팀이 다시 2개조로 2차리그를 펼쳐 결승 진출팀을 뽑는 방식이었다.
다음해 열린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도 개최국의 ‘악령’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2차리그에 올라간 폴란드는 첫 경기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와 격돌, 캠페스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0-2로 패배해 다시 한번 미끄러지고 말았다.
폴란드는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다행히도 개최국과 격돌하지 않았으나 예선탈락, 14위에 그친 바 있다．
폴란드 최대 신문인 체스포스폴리타지의 구조우스키 기자는 30일 경주 시민운동장에서 한국팀 훈련을 지켜본 후 “74년과 78년 월드컵에서 폴란드는 연달아 개최국에게 패하며 아쉽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며 “이번 월드컵에서는 더욱이 첫 경기 상대로 개최국 한국과 맞붙게 돼 상당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폴란드의 개최국 악연은 역사적인 징크스. 선수들도 모두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선수들은 수비 불안과 개인적인 기량 부족을 지적하는 언론과 기자회견 도중 설전을 벌이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한 급성장한 한국의 기량에 놀라며 대비책에 전전긍긍하고 있어 안팎으로 개최국과의 첫 게임에 과부하가 걸려 있다.
구조우스키 기자는 “한국-폴란드전은 양국 모두 역사적인 징크스를 깨기 위한 경기”라며 “월드컵에서 지금까지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한국은 첫 승을 올릴 절호의 찬스이며 폴란드는 ‘개최국 징크스’를 깰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역사의 악연을 힘차게 거스르려는 양팀. 하지만 웃음은 결국 한 팀에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