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도 차면 넘치고, 복도 넘치면 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스스로의 행동에 만족하면서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여행용 가방을 갖고 싶었다. 아버지는 가구업을 하셨기 때문에 시장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아버지는 어떤 것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마음에 쏙 드는 청색 여행용 가방을 봐 두었노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아버지는 밖에 나가서 녹색 가방을 사 오신 것이다. 나는 원하는 것을 말했지만 그보다 못한 것으로 끝이 났다. 녹색 가방이 몇 푼 더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이 가방도 멋지지만 나는 청색 여행용 가방을 갖고 싶어요.” 그러나 나는 가방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운인 줄 알라는 취지의 긴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대충 이런 종류의 꾸지람이었다.
“베갯잇에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줄 아니?”
그 가방 사건을 계기로, 나는 그 전에도 내가 원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얻지 못했던 적이 수없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나는 쇼핑을 나가서 원하는 것을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꼭 그보다 못한 것을 사는 것이 그것이었다. 가령 텔레비전을 사러 갔을 때에도, 나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낸 다음 그보다 한 등급 낮은 것으로 샀고, 옷도 절대로 원하는 것과 동일한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우리 집의 규칙은 ‘원하지 마라!’였다. 나는 그 규칙의 뿌리를 찾아 헤맨 끝에, 가난하게 성장한 부모님이 우리에게 뭔가를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너는 행운아야. 이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
「이 말은 내가 나에게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가질 필요가 없고, 최고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암시를 던졌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 노트》에 실려 있는 제인 블루스테인이라는 사람의 글이다.
우리는 이 글에서 뜻밖에도 서양의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깊은 절제성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것은 ‘욕심을 버려라’, ‘가진 것으로 만족하라’ 등의 무소유와 자족을 강조하는 우리 동양인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원하는 것을 다 취하지 않는 사람을 결코 미련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꿈이 100% 다 이루어진 사람에게는 공허감이 찾아온다’는, 즉 항룡유회(亢龍有悔 :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한다’)의 정신을 아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 잔도 차면 넘치고, 복도 넘치면 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스스로의 행동에 만족하면서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