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태풍피해 10문의 1도 안돼

지난번 제15호 태풍 ‘루사'가 우리도를 엄습했을 때의 순간최대 풍속은 32.2m/s, 엄청난 위력을 앞세운 '루사'는 각종시설물을 비롯하여 1만여 ha의 농경지 침수와 농작물 피해, 그리고 수많은 이재민을 남기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번 태풍의 기록적인 피해 상황 속에서 특이할 만한 사항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8년 거의 같은 지역을 통과했던 태풍 ‘예니'('98년 제17호 태풍)로 인해 도내에서 쓰러졌던 벼 재배면적은 5만8,000여ha로서, 그해 전체 면적의 56%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태풍의 위력면에서 ‘예니'(순간최대풍속 19m/s)보다 강했던 ‘루사'에 의한 벼 도복면적은 미소한 부분까지 포함하더라도 4,600ha로 전체 재배면적의 4.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어, 대규모 태풍 피해에 대한 위안을 주고 있다. 특히 벼 도복 비율 4.6%는 우리도를 포함한 이번 태풍 영향권내 인근 도와 비교했을 때도 절반정도의 낮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나, 경남에서의 벼 도복 방지를 위한 특별한 관리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농업기술원(원장 김재호) 관계자는 우선, 벼 도복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질소질 비료 50% 줄여주기 운동'을 들고 있다. 질소비료 줄여주기를 위한 농업인 교육과 저질소 완효성 및 규산질 비료의 지원 등이 정상적인 벼 생육을 도왔고, 두 번째로, 강한 바람과 비에도 이길 수 있는 벼 품종 선택과 재배도 이번에 도복을 막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들고 있다.
일미벼, 동안벼 등 도복에 특히 강한 품종 재배가 도내 5만5,211ha(전체면적의 54%)에서 이루어진 것은, 지난 '98년도에 심겨졌던 내도복성 품종 재배면적 2만7,800ha(26%)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이번 농작물 피해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벼 피해는 재해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준비에서 온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매년 재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재배방법과 적절한 품종 선택 등 농업인이 안전한 영농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나가기 위한 현장지도와 연구개발 업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