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재정준칙에 대한 보고서②
재정은 시민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고정물줄기 재원이다. 투자유치나 수출증대로 나오는 재정이 사회간접자원을 늘리는 진정한 재원이다. 그러므로 국가원수나 시장을 제1호 샐러리맨이라 ......

『 [환경보호] 이종명의 일본환경운동 탐방기(2) 카고시마역 앞 자전거 광장 』

상식파괴1. 일본인은 시간관념이 철저하다?
카고시마 역에 도착했는데 일행 한미숙씨의 기차표가 사라져 상당 시간을 개찰구에서 개겼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역무원의 배려로 5만원여에 달하는 기차삯을 두 번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안도의 순간도 잠시, 개찰구 밖에서 또다른 황당한 사건이 연이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작 기다리고 있어야할 코다마(子玉)씨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당황이 되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잠시나마 우리는 국제 미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좌명은씨는 한미숙씨와 함께 코다마씨에게 전화를 걸러 가고, 김경원씨는 혹시 역의 다른 쪽에서 기다리고 있나 찾아보러 갔다. 진짜 혼자라는 걸 느낀 순간 불안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는데, 잔뜩 긴장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이 후쿠오카에 비해 많이 촌스러워진 학생들의 교복이었다. 촌놈이라 그런지 촌으로 왔다는 사실에 오히려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나의 짧은 불안 사이로 좌명은씨가 돌아와 이 ‘할머니’가 깜빡 잠이 들었다는 황당하고도 다행스러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공항에 내려서 통화를 하고 도착시간까지 알려주었는데 손님 마중 나올 사람이 잠이 들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도 자주 느낀 건데, 일반의 상식과 달리 우리가 만난 일본 사람들은 상당히 시간관념이 느슨한(?) 경우가 많았다. 보통 일본 사람들이 다들 그런 것인지, 시민운동과 관련해서만 그런지 아직도 모르겠다. 일본의 시민운동은 한국의 그것처럼 조직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 치열하지도, 역동적이지도 않다. 시민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어찌보면 일종의 취미활동처럼 대하는 경우도 많이 보였다. 이걸 무슨 사회운동이라고 하나 싶을 정도였다. 대신 일본의 시민운동은 그야말로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철저히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한 진정한 시민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특징 때문인지 일본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극단적인 저항운동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우리 같으면 “결사반대”를 외치며 나설 사안도 ‘무엇을 염려한다’ 정도의 구호를 내건다. 어찌보면 문제제기의 방식이 차분하고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또 한편 책임의식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운동이 가진 이러한 차이는 양쪽 모두에게 심각하게 성찰해 보아야할 지점을 던져주고 있다.

기차, 버스, 자전거 환승 시스템
코다마씨는 몇 년 전부터 한일갯벌조사에 참가하는 한국쪽 사람들과 친해져서 모두 ‘엄마’라고 부른다. 나머지 일행은 모두 친분이 있는데 나만 초면이다. 그래도 최대한 친한 척을 해야지 결심한다. 잠시 후 인상 좋은 중년의 부인네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코다마 엄마이다. 빨리 집으로 가서 짐을 두고 바다로 가잔다. 카고시마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역시 일본측 조사일정은 빡빡하구나 생각하면서, 사뭇 긴장까지 하게 된다. 역을 나서는데 역 앞 광장이 전부 자전거다. 정말 많다. 코다마 역시 자전거를 가지고 왔다. 이렇게 기차와 버스 그리고 자전거가 서로 갈아타기 쉽도록 대중교통의 ‘환승 시스템’을 만들어져 있으니 당연히 자전거 이용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승용차 중심으로만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통정책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코다마의 집은 역에서 약 5분 거리에 있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연립주택과 맨션의 중간쯤 되겠다. 생각보다 집이 넓다. 작년에 처음와서 묵었던 호텔을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로 방이 작았고, 카시마시의 어민 집을 찾아갔을 때도 집이 좁다는 것을 느꼈는데, 25평 정도되는 이 아파트에는 부엌, 거실, 방3에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다. 벽에 작은 그림이 많이 걸려 있고, 곳곳에 책을 쌓아 두었다. 나중까지 내내 코다마의 직업이 궁금했는데 직접적으로 물어보기가 어색해서 그런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직도 모른다. 이 집에서 이틀을 묵을 것이다.

2002년 09월 30일 11시 53분 /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