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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석종근과 함께 “그림으로 읽는 한자 세상”
한자는 그림문자이다. 현상을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자를 형상의 그림으로 그려 보는 연습을 하면 현상이 보인다. 여기에는 상징성의 단순화, 철학성의 객관화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김종백의 좋은책 추천) ‘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著

가난뱅이가 있다고 치자.
이 가난뱅이가 보는 세상과 부자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 부자나 가난뱅이나 같은 시대,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들이 이해하는 세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가난뱅이의 패러다임(Paradigm)과 부자의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난뱅이가 어느날 부자가 됐다고 치자.
가난뱅이의 세상보는 눈은 분명이 달라진다.
패러다임이 전환(Paradigm Shift)됐기 때문이다.
즉 세상이 바뀐게 아니라 가난뱅이의 관점이 바뀐 것이다.
이처럼 패러다임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사랑이 한 개인에게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다.
패러다임 이론을 세상에 처음 공표한 책이 바로 토마스 쿤이 쓴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렴 국내외 언론들과 학회에선 저마다 ‘20세기 명저'를 선정해 발표했다.
거론된 수많은 명저 중 가장 많이 추천된 책은 단연 ‘과학혁명의 구조'였다.
이 책은 굳이 따지자면 과학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문, 사회, 문학, 예술, 경제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추천했다.
그만큼 이 책이 현대사회에 끼친 영향은 크다.
천재 과학자 토마스쿤은 과학의 발전 양상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과학의 발전은 축적된 만큼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보다는 특별한 계기를 통해 혁명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과학발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곡차곡 쌓인 지식들이 축적돼 이뤄지는 것이라는게 20세기 중반까지의 지배이론이었다. 그러나 쿤은 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 격렬한 변화를 가져오는 혁명에 의해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기존 정치제도가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혁명이 일어나듯, 자연과학에서도 혁명이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혁명은 곧 패러다임 교체를 의미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이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킨 과학혁명들이다. 혁명이 일어나면 혁명을 일으킨 과학자들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가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혁명 이후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연구하는 것이다.


과거는 전면 부정된다.
혁명을 통해 패러다임이 바뀌면 이론은 물론 장비나 세계관도 바뀐다. 바뀐 세게관은 과학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엄정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귀납적 방법론에 일격을 가한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세상은 경악했다. 완고한 과학계에서는 격렬한 비판을 해댔다. 과학자들은 쿤의 책이 다른 모든 학문분야와는 다른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과학의 위치를 격하시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비과학분야에서는 갈채가 쏟아졌다. 전세계 16개 언어로 번역돼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 과학서적이면서도 이처럼 많이 팔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과학과 상관없는 타분야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국내에서도 여러 대학출판부에서 출간돼 팔렸다. 99년부터는 정식 저작권 계약을 체결한 까치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다. 쿤은 패러다임 이론은 과학적 합리주의 이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때문에 쿤은 책을 낸 후 말년까지 칼 포퍼로 대변되는 논리실증론자들과 긴 논쟁속에 살아야 했다.
‘과학혁명의 구조'가 수많은 공격에 시달리는 동안 세상은 이미 그의 이론을 받아들였고 철학자와 사회비평가들은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흔하게 쓰게 됐다.


○쿤은 누구
하버드대 수석졸업한 천재


토마스 쿤(Thomas S. Kuhn)은 1922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하버드대 물리학과에 진학했고 1943년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당시 대부분의 물리학 수재들이 그랬듯 무기연구기관인 ‘과학연구 및 개발연구소(OSRD)'에서 일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다시 모교인 하버드대학원으로 돌아온 쿤은 본격적으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제임스 코넌트에게 영향을 받아 과학사(史)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개인적으로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철학 등을 섭렵했다. 1950년대부터 쿤은 스탠퍼드 행동과학연구소에서 창안한 패러다임 개념을 자기 이론에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의 교단생활은 과학자라기보다는 역사학자나 철학자에 가까웠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사학과 조교수, 프린스턴 대학에서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이후 교단을 떠날 때까지 MIT에서 언어학 및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저서는 많지 않다. ‘과학혁명의 구조'외에 ‘코페르니쿠스 혁명(The Copernican Revolution)'등 공저한 책이 몇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쿤의 책에 대한 다른 이들의 저술과 그의 이론을 연구하는 학회는 전세계에 엄청나게 많다.
20세기 이후 현대사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토마스 쿤은 1996년 7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2년 10월 10일 11시 37분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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